金 "李되면 시진핑 독재" 李 "남측이 공격할까봐" 경솔 발언 논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가 8대0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김정은이나 또는 시진핑 같은 공산 국가에서는 그런 일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매우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민주주의의 다양한 의견이 있고 다양한 견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헌법재판소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듯 한 발언의 내용도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굳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나란히 거론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를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며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김정은 독재 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시 주석을 끌어들인 건 처음도 아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비판하며 “히틀러보다 더하고 김정은도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시진핑이 이런 일이 있었나, 스탈린도 이런 일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4일에는 사천 우주항공청 방문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 독재, 시진핑 독재, 히틀러 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닌달 29일에는 이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거의 북한의 김정은 또는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과 같은, 그 정도의 득표율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숫자가 상당히 공포스러운 우리 미래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요한 외교 상대국의 지도자인 시 주석을 김정은이나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대량 학살을 자행한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선상에서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차기 대통령이 받아들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 중 하나가 한국이 주최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말~11월 초)에 시 주석을 초청해 11년 만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

이 후보가 언급한 철도와 도로는 북한이 지난해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및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MDL 인접지역에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도 설치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남쪽에서 탱크로 북쪽으로 밀고 올라올까봐”라고 하는 건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실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까지 무시하며 남북 관계 단절에 나선 건 내부 결속을 꾀하고,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내에서 한류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사상 이완 기류가 포착되자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해 이를 틀어쥐겠다는 취지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포탄 등을 생산하는 족족 러시아로 보내는 등 전력 공백이 발생하자 지레 방어적 태세를 갖췄을 수 있다. 북한은 ‘방어축성물’로 주장하지만, 여기에 화기를 들여놓고 공격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처럼 군사력을 동원한 북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남측의 공격이 걱정돼 취한 조치라는 식으로 언급하는 건 북한의 궤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금강산에서도 남측 관련 시설을 차례대로 철거해 정부 예산 약 49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20년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발생한 우리 측 피해액은 약 447억원으로 집계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는 “상대방이 있는 외교·통일·안보 사안과 관련한 표현은 한번 뱉어 놓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선거 기간엔 최대한 신중하게 가져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검토를 통한 조정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후보들은 발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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