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아동 수출했던 한국…그 ‘상품’이 돌아와 묻는다

‘케이 넘버’(K-Number)란 영화 타이틀은 해외 입양아들에게 부여된 인식 번호다. 아이들은 상품처럼 서류상 번호로 기록됐고, 그 서류조차 출생 관련 정보가 누락되거나 조작되기 일쑤였다. 다큐를 보고 나면,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K’라는 수식어가 적잖이 부끄러워진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한 다큐는 1970년대 초 미국에 입양된 미오카 밀러(59세 추정, 한국명 김미옥) 등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축으로, 해외 입양 시스템의 부실과 부조리를 들춘다. 다큐를 연출한 조세영(46) 감독과 미오카를 15일 서울 서교동의 영화사 사무실에서 함께 만났다.
조 감독이 다큐를 만들게 된 건 2018년 우연히 접한 기사 때문이었다. 한국 출신 입양인이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가 돼 추방됐다는 내용이었다. 양부모가 입양 재판을 통해 귀화 시키지 않아 미국 시민권 없이 불법 체류자로 살고 있는 한국 출신 입양인이 2만 명이나 된다는 현실에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고 했다. 조 감독은 “한국의 해외 입양 시스템과 사후 입양인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그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해외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 여정을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미오카는 “미국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18세 때 내쫓긴 게 평생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가 됐다”면서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해외 입양아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를 찾기 위해 2008년 이후 7번이나 방한했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를 들며 기록 공개를 꺼리는 시설에 집요하게 요청해 받아본 문서는 이름, 발견된 장소 등의 정보가 부실하게 기록돼 있었다. 이는 뿌리를 찾으려는 해외 입양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거대한 ‘장벽’이다.
다큐는 한국의 해외 입양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역사를 되짚는다. 전쟁 고아, 혼혈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 하에 이승만 정부 때 시작된 해외 입양은 1970~80년대 국가 지원을 받은 입양 기관들이 아이들을 대거 미국·유럽으로 보내면서 급증했다. 국내 입양 기관이 예비 양부모를 대신해 입양 절차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한 대리 입양 제도(2011년 폐지)는 쉽게 말해 입양 부모의 집으로 아이를 ‘배달’해주는 서비스였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아동 수출’로 외화 벌이를 한다고 비난 받은 이유다.
여전히 한국은 콜롬비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해외 입양을 많이 보내는 나라다.(2023년 기준) 조 감독은 “수많은 우리 아이들이 해외로 나갔는데, 정작 우리는 그들을 외면해 왔다”며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해외 입양 이슈를 우리의 역사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 일하는 미오카는 “운 좋게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면서 “내 뿌리는 나의 역사이자 아들의 역사이기 때문에 반드시 찾고 싶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현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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