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챔피언십 ‘진흙탕 싸움’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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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메이저리그, PGA 투어를 가다
![스코티 셰플러의 아이언샷 순간 페어웨이 잔디가 뭉텅이로 떨어져 나갔다. 질척한 코스 상태에 따른 불평이 이례적으로 많았다. [A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9/673ffae4-4081-4aa0-b79f-f84eaba091d0.jpg)
셰플러의 대회장 도착 1시간 전 사망 사고가 나 경찰의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등 셰플러의 파죽지세는 이 사건으로 한풀 꺾였다. 머그샷까지 공개됐다.
이날 아침 낙뢰로 경기가 지연되지 않았다면 셰플러는 경기 시간에 맞춰 대회장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셰플러는 그러나 “유치장에서 스트레칭했다”는 뼈있는 농담을 빼고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은 해야 할 일을 했으며 유치장의 경찰은 매우 친절했다”고 했다.
그런 셰플러가 올해 PGA 챔피언십에선 화를 냈다. 땅이 질퍽질퍽해 볼에 흙이 묻는데도 PGA 측이 페어웨이에 있는 볼을 닦게 허용하는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를 지적하며 “멍청한 짓”이라는 과격 발언도 했다. 그는 “평생 볼을 컨트롤하려 노력했는데 흙이 묻으면 공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시우는 “2라운드 전반에서만 예닐곱 번 흙이 묻어 고생했다. 이건 너무한다”고 했다. 김주형도 “볼에 묻은 흙 때문에 두 번 훅이 났고 한 타씩 잃었다. 페어웨이에선 공을 닦게 허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꼭 흙만이 문제가 아니다. PGA 챔피언십이 되면 선수들이 유난히 불만을 많이 터뜨린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18일 낙뢰로 출발시각이 늦춰지자 카메라 앞에서 욕을 했다. 셰인 라우리(38·아일랜드)도 디벗에 빠진 공을 친 뒤 클럽으로 땅을 내리치며 욕설을 했다.
날씨나 디벗은 PGA 책임이 아닌데도, 선수들은 조직위원회에 화풀이했다. 다른 메이저대회에선 그러지 않는다. 마스터스에서 조던 스피스(32·미국)는 진흙 묻은 공 건에 관해 공손하게 돌려 얘기했다.
PGA 투어 선수들은 PGA 챔피언십을 만만히 보는 경향이 있다. 클럽과 레슨 프로 모임인 PGA는 투어 프로의 이익단체인 PGA 투어와 다른 조직이다. 투어 프로들은 선민의식이 있고 클럽 프로들이 여는 PGA 챔피언십에서 잔소리를 많이 하는 듯하다.
메이저대회는 비가 많이 와도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반 대회는 그러더라도 메이저대회는 ‘볼은 놓인 그대로 친다’는 골프의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PGA 챔피언십은 2016년 대회에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다가 전통주의자들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그러나 10년이 다 된 일이다. 그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
다른 종목들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 라는 기존 관념을 깨고 비디오 판독 등으로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게 스포츠의 흐름이다.
볼에 흙이 묻는 불운도 극복해야 한다는 골프 메이저대회의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페어웨이로 잘 친 볼에 흙이 묻어 손해 보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선수들의 주장도 옳다.
특히 셰플러의 얘기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대회 당일 철창에 가서도 불만이 없었고, 이번 대회 3라운드 18번 홀 페어웨이에서 디벗에 있는 볼을 쳤을 때도 군말이 없었다. 우월의식으로 짜증을 내는 선수는 아니다.
셰플러는 “물이 잘 빠지는 모래땅 링크스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선 볼을 닦을 필요가 없지만 흙 위에 만든 미국 대회 코스에서는 진흙이 묻어 프리퍼드 라이 도입이 필요하다”는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굳이 다른 메이저 대회 따라하기로 선수들과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PGA 챔피언십엔 PGA 회원인 클럽 프로 20명이 나온다. 아무래도 투어 프로보다 실력이 처져 올해도 컷 통과자가 한 명도 없다. 클럽 프로 출전은 이 대회의 큰 약점이다. 일종의 원죄가 있기 때문에 투어 프로들과 진흙탕 싸움을 하면 이기기 어렵다. 기후 변화로 악천후가 늘고 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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