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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딸이 아닌 기업이 할 일

어환희 IT산업부 기자
SK텔레콤(SKT)이 유심(USIM) 무료 교체를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른 시간부터 대리점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50명은 족히 돼 보이는 긴 줄을 기웃거리던 기자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뭐 준대요?” 한창 기사들이 쏟아지던 시기에 받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SKT 서버가 해킹을 당해서 유심 정보가 유출됐대요. 그래서 다들 유심을 바꾸려고 줄 선거예요.” 여전히 의문 섞인 질문이 돌아왔다. “유심이 뭐래요?”

우리말로 ‘가입자 식별 모듈’이라 부르는 유심은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가입자들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는 일종의 모바일용 신분증이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하는 인증 정보와 개인이 저장하는 전화번호·문자 등의 정보가 담긴다. 이러한 유심 정보를 저장해 둔 핵심 서버, HSS(홈가입자서버)가 해킹당했다.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한 SKT 대리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통신 역사상 최악의 유심 해킹 사고’라 불린다. 어떤 사용자의 정보가 얼마나 탈취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정준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폐쇄된 빌딩 앞에서 발자국을 발견했는데, 침입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이 가능할 뿐 누가 어떤 기밀 자료를 얼마나 복사해 갔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의 민관합동수사단은 현재까지 전화번호·가입자 식별번호 등 유출된 정보 유형만 밝혔을 뿐이다.

해킹 사고의 전말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개 낀 상황에서 2500만 이용자의 불안감은 싹텄다. 정보 불균형은 이를 부채질했는데, 여기에는 SKT의 역할이 컸다. SKT는 해킹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22일 홈페이지에 “일부 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는 모호한 공지문을 올렸다. 개별 고객 문자 전송은 그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피해자를 특정 못 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입법조사처) 하지만, 문자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유심

보호서비스만으로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고, 불안하면 실물 유심을 교체하라는 식의 메시지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 현 상황에 대한 제각기 다른 이해도를 가진 이용자들이 대리점으로 달려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테다.

하지만 대리점에 달려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유심이 뭔지, 아니 해킹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람들이다. 정보 불균형은 재난 등 어려운 상황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서툰 언어로 유심에 대해 설명하던 기자에게 아주머니는 “딸한테 해달라고 해야겠네요”라며 자리를 떴다. 정보 격차와 공백의 자리를 채우는 역할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해킹 공지 한 달이 지나서야 SKT는 대리점을 찾기 어려운 도서 벽지 고객들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어환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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