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驥 不稱其力 稱其德也(기 불칭기력 칭기덕야)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야생마가 아닌 바에야 천 리를 가는 힘이 있더라도 주인의 명령을 거스르는 말은 사실상 쓸모가 없다. 말(馬)의 덕(德)은 주인과 교감하는 데에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주인이 낙마하더라도 말은 어떻게 해서든 몸을 틀어 주인을 밟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말의 덕이다. 그러므로 힘이 센 말을 명마로 칭송하는 게 아니라, 주인의 뜻을 잘 헤아리는 말을 명마로 칭송하는 것이다.
‘견마지로(犬馬之勞)’라는 말이 있다. ‘개나 말 정도의 하찮은 노고’라는 뜻으로서 자신의 충성과 노력을 낮춰 이르는 말이지만 이말에는 개나 말처럼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맹종’의 의미도 들어 있다. 정의와 불의를 분간 못 하는 맹종의 ‘견마지로’는 힘일 뿐 덕이 아니다. 말도 덕으로 칭하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백락(伯樂)은 명마를 알아보는 탁월한 눈을 가진 상마자(相馬者·말 관상 보는 사람)였다. 명문장가 한유(韓愈)는 “백락이 있은 연후에야 명마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세상을 향해 “정말 명마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명마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선거철이다. 후보자는 명마여야 할 것이고, 국민은 백락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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