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선] N포 세대 없는 나라 만드는 대통령

이런 공약들을 보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차이도 커 보이지 않는다. 조기 대선을 치르다 보니 ‘내가 더 많이 퍼주겠다’는 선심성 경쟁만 가열되면서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공약 비용이 대략 얼마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지만 이번에는 그런 분석조차 안 보인다. 노인에게, 청년에게, 육아하는 젊은 부부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제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
‘마이너스 잠재성장률’ 앞둔 한국
성장률 회복 없이 공약도 못 지켜
일자리 만들어야 성장동력 회복
성장률 회복 없이 공약도 못 지켜
일자리 만들어야 성장동력 회복

안타깝게도 당장 현실의 삶이 벅찬 국민은 이런 사탕발림 공약에 귀가 솔깃하다. 하지만 그런 공약이 실현되기도 어렵고 지속 가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4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굳이 이런 분석을 하지 않아도 한국의 10년 후 경제 상황이 밝지 않을 것이라는 건 경제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체감적으로 직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볼 때 잠재성장률이 제로(0)%를 뚫고 마이너스로 내려갈 것이라는 점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0% 안팎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는 건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신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 한국의 경제 규모가 12위에서 15위로 밀려난다고 전망했다. 경제활동인구가 쪼그라드는 만큼 불가피한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성장이 멈추면 지금 쏟아지는 공약은 휴짓조각처럼 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쏟아내는 각종 재정 투입 공약은 현실성이 더 떨어지게 된다. 나랏돈이 없으니 실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0%를 뚫고 마이너스로 향하는 성장 동력만 되살린다면 어느 정도는 공약 실행이 가능하다.
그 구체적 방법을 하나로 압축하라면 ‘N포 세대 없는 나라 만들기’다. KDI를 비롯해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한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이유는 태어나는 아이는 없고 노인만 급증하는 인구 구조다. 지난해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됐다. 이 고령화 롤러코스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955년부터 85년까지 30년에 걸쳐 태어난 1차, 2차, 에코 베이비부머가 줄줄이 고령 인구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평균 나이는 45세다. 5년 내 한국을 밀어내고 세계 경제 12, 13, 14위를 꿰찰 나라들의 공통점은 낮은 평균 나이다. 스페인은 43세, 호주는 38세, 멕시코는 29세다. 스페인은 평균 나이가 다소 높지만 조상이 물려준 관광자원만으로도 먹고살 만하다.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12~15%에 달한다. 호주와 멕시코는 경제활동인구가 젊으니 경제의 역동성을 더 거론할 필요도 없다.

특히 일자리를 늘리면 취업난이 해소돼 연애·결혼·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 현실에선 기업들의 한국 엑소더스가 멈추지 않는다. 각종 규제와 강성 노조를 피해서다. 주거비 해결의 핵심은 내 집 마련이다. 꾸준한 공급과 적합한 규제가 필요한 사안에 세금폭탄 같은 과잉 규제와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오히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
교육비는 학원비·과외비와 함께 출산을 꺼리게 하는 악성 장애물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나갔고, ‘할아버지의 재력을 갖춘 사람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 과장된 얘기가 아닌 시대가 됐다.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조기 대선 국면이지만, 어느 후보든 공약 실현에 진정성이 있다면 N포 세대 없는 나라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김동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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