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휴전' 지켜본 국가들…협상전략 재검토?
블룸버그 "'더 강경하게' 확신 주고 있다"
블룸버그 "'더 강경하게' 확신 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미중 '관세 휴전'이 무역 협상에 나선 국가들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중국이 강경한 전술을 통해 유리한 협상을 끌어낸 것을 지켜본 국가들이 보다 외교적이고 신속한 접근 방식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스티븐 올슨 객원 선임 연구원은 "협상 역학 관계를 바꿨다"며 "많은 국가가 미중 협상 결과를 보고 트럼프가 자신이 지나쳤음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협상 카드를 지녔고 협상 속도를 늦출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0%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S.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이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BCA 리서치 지오매크로의 마르코 파픽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는 올바른 방법은 강경하게 맞서고,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가 굴복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을 중국에서 배울 국가들이 많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이달 초에는 6월에 미국과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지만 참의원 선거를 앞둔 7월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나왔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아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줄을 선 모든 사람이 '나는 왜 줄을 서고 있지?'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줄을 건너뛰었고, 미국에는 뚜렷한 이익이 안 보이는 까닭에 이를 지켜보는 국가들엔 두 배로 뼈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조차 협상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일본, 한국과 협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유럽연합(EU)의 단결력 부족을 언급하면서 "협상 속도가 조금 더 느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U 관리들은 미국이 얻은 게 빈약한 데다 유예 기간에 협상이 최종 타결되리라는 명확성도 없는 이번 미중 합의에 대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5일 한 인터뷰에서 미중 및 미영 합의를 언급하며 "무역 환경이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합의가 상황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 지도자들은 미중 간 대립 국면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복보다 협상이 우선이라고 말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30여개의 합의에 서명하면서 양국 관계 강화가 미국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털어냈다.
블룸버그는 미중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인한 미국 내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각국에 보여줄 수도 있다고 짚었다.
노무라홀딩스의 로버트 수바라만 글로벌 시장조사 책임자는 "미국의 경제적 고통은 더 즉각적이고 광범위하며,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은행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바 있는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경제 규모가 크고 대미 무역 의존도가 낮은 국가들만이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국 경제의 약 3분의 1을 대미 무역에 의존하는 베트남의 경우 창의적인 협상 지렛대가 부족하면 강경한 발언 이외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봤다.
베트남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카트리나 엘 아태 담당 책임자는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미국과 대립을 원한다면 서비스 무역에서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U, 싱가포르, 한국, 일본이 대미 서비스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이다.
엘은 "중국은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커서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지렛대와 그 지렛대가 누구에게 있는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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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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