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라 스칼라와 36년 사랑하다 결혼…베르디 ‘오텔로’로 첫 공연”

" “라 스칼라와 첫 연주한 게 1989년인데, 시작부터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 36년간 서로 사랑스럽게 지내다 갑자기 결혼하게 된 격이다. 이젠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 돼 버렸으니 책임이 커졌다.” "
오는 2027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 감독에 취임하는 지휘자 정명훈(72)의 소회다. 247년 역사의 ‘오페라 메카’에서 첫 동양인 지휘자가 된 그는 19일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초대를 받아도 ‘too late’(너무 늦었다)라고 하는데, 라 스칼라만큼은 노(NO) 할 수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72)를 이어 2030년까지 이끌게 된 정 감독은 라 스칼라와 1989년부터 9편의 오페라 공연 84회, 콘서트 141회를 함께 했을 정도로 끈끈한 사이다. 2023년엔 이 극장의 소속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에 위촉됐다. 특히 정 감독이 부산콘서트홀(오는 6월 21일 개관)과 부산오페라하우스(2027년 개관)를 운영하는 클래식 부산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양 기관의 시너지 상호작용이 기대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 감독은 이날 27년 시즌 밀라노와 부산을 잇는 프로젝트를 깜짝 공개했다. 그는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서 공식 연주하는 첫 날짜가 내년 12월 7일인데, 베르디의 ‘오텔로’를 할 것”이라며 “부산에서도 27년 9월 오텔로, 라 스칼라(를 할 것)”라고 밝혔다. 27년 9월 개관을 목표로 하는 부산 오페라하우스에서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와의 50년 인연을 ‘파스타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꺼냈다. “1975년 시에나에 가서 이탈리아 음식, 특히 파스타에 빠져서 나중엔 ‘로마 1년 살기’까지 했다”면서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현 파리 국립오페라)를 맡았을 때부터 파리-로마를 오가며 살았고 지금도 이탈리아인보다 뽀모도로(토마토)를 많이 먹는다. 직접 만든 퓨레를 1년에 1000병은 먹는다”며 웃었다.
“이탈리아와 한국이 닮은 게 많다. 나라(국토) 생김새부터 사람들 감정 표현, 특히 노래를 좋아하는 면까지 한국인이 유럽 가운데 이탈리아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힌다. 한국은 음악 뿐 아니라 특별히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라 스칼라와 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라 스칼라 음악감독 수락까진 지난 2월 취임한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 총감독에 대한 신뢰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오르톰비나가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 총감독으로 일할 때 17년간 주요하게 협업한 바 있다. “오르톰비나가 내게 캐스팅, 리허설, 스케줄 등 모든 걸 맞춰줘서 일하기가 굉장히 편했다. 무엇보다 라 스칼라 단원들은 물론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내가 오는 걸 매우 원했다고 한다.”

또 “해외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아시아인 처음’이라는 덴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서도 “나라를 빛내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 꼭 (잘)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부연했다.
클래식부산의 박민정 대표는 정 감독의 라 스칼라 겸직에 대해 “성악가·음악가들 간의 예술적 교류뿐 아니라 연출, 무대미술, 무대기술 등 이탈리아의 앞선 제작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정명훈은 6월 27~28일 부산콘서트홀 개관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델리오’를 콘서트오페라 형태로 선사한다. 유럽무대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 테너 에릭 커틀러가 함께 한다. 11월 18일엔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같은 무대에 오른다(11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 라 스칼라 극장=1778년 개관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 벨리니의 ‘노르마’, 베르디의 ‘나부코’,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숱한 걸작이 초연됐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와 같은 이탈리아 지휘자들이 음악 감독을 맡아왔고, 비이탈리아인으로는 아르헨티나 출신 다니엘 바렌보임(재임 2007~2014) 외에 정명훈이 처음(동양인 최초)이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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