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크레인 ‘탈중국’ 나선 미국, 한국과 손 잡나
항만 크레인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새로운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향후 5년간 200억 달러(약 28조원)을 들여 중국산 크레인을 교체하겠다며 한국과 협력을 검토하면서다.미 무역대표부(USTR)는 19일(현지시각) 워싱턴DC 국제무역위원회 회의실에서 중국산 항만 크레인과 기타 장비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공청회를 연다. USTR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100%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는데, 관련 의견을 듣겠다는 의도다.
미국 해양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23개 항구에 중국 상하이진화중공업(ZPMC)이 제작한 항만 크레인 209개가 설치돼 있다. 미국의 물류정보, 물동량을 불법적으로 빼갈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우려다.
ZPMC는 518억 달러(약72조원)에 이르는 세계 크레인 시장의 72.8%를 차지하는 1위다. 독일 리페르 7.2%, 일본 미쓰이 6.4%, 중국 삼일 4.8%, HD현대삼호 3.6%, 핀란드 코네 2.8% 등이 뒤를 잇는다. ZPMC는 국영 중국교통건설의 자회사로, 연간 1600만 달러(2022년 기준, 약 223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글로벌 점유율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크레인의 보안 우려가 부각되면서 한국도 탈(脫)중국 방침이 선명하다. 2023년 제정된 ‘항만기술산업 육성·지원법’에 따라 정부는 스마트 항만 장비의 국산화율을 2021년 29.3%에서 2031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국산화율 목표를 본 미국이 협력 파트너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만 크레인은 컨테이너선에서 화물을 하역하는 STS 크레인과 하역된 컨테이너를 야드에 적재하는 야드(RTG·RMG) 크레인으로 나뉜다. HD현대삼호는 둘 다 생산가능하다. 특히, 컨테이너 운송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더블트롤리크레인(DTQC)’도 생산할 수 있다. 다른 업체들도 해외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를 통해 최근 2년간 50기의 항만 야드크레인을 수주했고, 부산신항 야드크레인 34기를 수주한 HJ중공업도 “장기적으로 미국 판매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크레인 3사가 미국에 반조립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미쓰이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항만용 크레인 2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충분한 발주량, 인센티브를 보장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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