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기업·알바생·주부…틈새 파고드는 ‘특화대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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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확장 나선 시중은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존 대기업 고객사가 추천하는 중소기업 협력사에도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중기 특화대출인 ‘우리CUBE데이터론’을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중기 협력사는 최초 약정일 외에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우대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운영하는 인터넷마켓플레이스(e-MP) 시스템 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기업 고객사가 협력사에 발주한 데이터가 e-MP 시스템을 통해 확인되면 납품 전에도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같은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확실히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우선 반도체·인공지능(AI)·방산 등 신성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이후 다른 분야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소상공인 특화 대출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땡겨요’ 입점 업체에 일 최대 300만원(일 평균 매출액의 80%까지)을 최장 10영업일간 빌려주는 ‘소상공인 상생 땡겨드림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널뛰는 매출 탓에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한 일이 많은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 한도는 3000만원이다. 대출 실행 후 3영업일에 중도상환해약금 없이 자동 상환된다. 상환이 어려우면 10영업일까지 기한을 늘릴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축이 된 소호뱅크 컨소시엄에 공동 투자한 NH농협은행은 소상공인에 특화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 심사 때 단순히 담보나 재무제표만 보는 게 아니라, KCD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둘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주택연금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 주택연금(역모기지) 상품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12억원 이하 주택만 가입이 가능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확장한 개념의 상품으로,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이같은 종신·비소구방식의 역모기지론을 취급할 땐 기존 주택 관련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비소구방식이란 향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담보물인 집만 반환하면 더는 상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돼 있어 생활비가 부족했던 하우스푸어(집은 있지만 저소득) 노령 가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선 비금융 데이터를 이용한 신용평가도 확대하는 추세다. 그간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사회초년생· 주부 등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를 주대상으로 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이동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와 KB리브모바일을 활용한 새로운 대안평가모델을 만들고 통신 데이터 등을 일부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네이버와 손잡고 부동산·쇼핑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예정이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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