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의 타임머신] 아우슈비츠의 첫 번째 죄수

냉혹하고 잔인한 브로드니에비치는 자신에게 맡겨진 카포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며 ‘검은 죽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용소는 공포 분위기로 가득했지만 독방을 쓰며 좋은 식사를 했다. 귀중품을 몰래 숨겨 놓고 있을 정도였다. 전황이 기울어지며 강제수용소도 속속 폐쇄 혹은 해방되었다. 브로드니에비치가 아우슈비츠뿐 아니라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며 카포 노릇을 하게 된 이유다. 결국 그는 『안네의 일기』의 안네 프랑크가 수감되었던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로 이송됐는데, 영국군은 1945년 4월 15일 해당 지역을 점령하며 수용소를 해방했다.

강제수용소에 보내진 건 유대인만이 아니었다. 브로드니에비치를 포함한 30명의 최초 수감자는 모두 폴란드의 강력범죄자였다. 강제수용소가 아우슈비츠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독일이 점령한 땅 곳곳에 수용소가 세워졌다. 하지만 목적은 모두 동일했다. 순수한 아리안족을 더럽히는 ‘가짜 인간’을 최종 해결하는 것이었다.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간 것은 생명뿐 아니라 인간성 그 자체였다. 적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혐오하고 마는 선동의 목소리를 우리가 늘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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