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의 시시각각] 검찰당의 추락, 검사 정치의 말로


#2.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MB) 부부와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MB의 첫 식사 회동이었다. MB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부부도 함께 했다. 국민의힘 총선 참패 이후의 정국 운영,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 문제 등과 관련한 조언과 덕담이 오갔다는 바로 그 회동이다. 그런데 그렇게 화기애애했던 이 자리에서도 '검사 정치'의 폐해가 도마에 올랐다. 식사 도중 MB가 "검사 출신이 연속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 상황은 그만큼 심각했다. 두 명의 특수부 칼잡이 출신이 벌이는 권력 다툼에 대부분의 국민이 신물을 내던 시기였다. 한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듯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줬던 검사 출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벌이는 눈꼴사나운 전쟁을 국민 모두가 '강제 시청' 당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는커녕 어떤 사소한 승부에서도 양보 없이 날뛰던 두 사람의 치킨게임에 보수 정치가 뿌리채 흔들렸다. 임기 초반 죽고 못 살던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뒤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군 세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결국 계엄 선포라는 망상적 극단 행동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치 현안과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던 MB의 쓴소리는 검사 출신들에 의해 한없이 추락하는 보수 정치의 비극을 더는 눈 뜨고 바라볼 수 없다는 간절함 때문 아니었을까.
윤 전 대통령 "다 이기고 돌아왔다"
정치=이기는 것, 인식 자체가 문제
검사 DNA가 부른 보수 정치 위기
정치=이기는 것, 인식 자체가 문제
검사 DNA가 부른 보수 정치 위기
자신을 이번 경선의 최대 피해자로 여기고 당을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 역시 아이러니다. 그는 "한X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X이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 이 세X들 미쳐도 좀 곱게 미쳐라"며 윤 전 대통령과 '쌍권' 지도부를 겨냥한 저주의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왼쪽도 오른쪽도 위도 아래도 전부 검사들 천지다. 검사들의 난인지 검찰 패거리 정치의 비극인지, 지난 3년간 한국 정치를 뒤흔든 지긋지긋한 '검사들의 리그'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번 대선이 끝난 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서 있을까. 정치외교안보 부국장
서승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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