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끈 '533억+a' 담배소송, 뒤집히나?…암·흡연 관계 입증 '관건'

담배소송 대상 액수는 건보공단이 30년 이상 흡연 후 폐암·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65명에 지급한 진료비 533억원이다. 하지만 공단 안팎에선 소송 결과가 국민 건강권과 담배 규제 정책 향방을 가늠할 수 있어 533억을 훌쩍 넘는 의미를 지닌다는 평이 나온다.
재판은 2014년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불법행위 여부 ▶암·흡연의 인과성 ▶공단의 직접청구 여부와 손해액 범위 등 3가지다. 공단 측은 건강상 피해가 담배로 발생한 게 분명하고, 이를 제조·수입 판매한 담배회사는 담배 관련 위험성을 낮추려 하지 않은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담배업계는 흡연 이외 다른 발병 요인이 없다는 점을 공단이 입증해야 하며, 법령이 요구하는 위험 표시 의무 등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송 제기 6년 만인 2020년, 1심 재판부는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건보공단이 즉시 항소하면서 항소심 변론이 2021년부터 11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제 남은 건 최종변론(12차)과 연내로 예상되는 선고 정도다.

임현정 건보공단 법무지원실장은 지난주 토론회에서 "1·2심을 합쳐 495건의 자료를 제출했고, 소송 대상 환자 의무기록도 3000명 넘게 확보해서 냈다"면서 "국민 건강권도, 기업 활동 자유도 모두 중요하지만 건강 침해가 뚜렷하다면 둘 사이의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다. 재판부가 자료를 제대로 판단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22일 최종변론에 직접 참석해 담배 폐해와 담배회사 책임을 마지막으로 강조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앞서 11차 변론에서 "담배가 일으킨 중독·질병에 대해 담배회사 책임을 묻지 않는 건 피해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권을 부정하는 중대한 오류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신종 담배에 노출된 청소년 등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공단의 승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현숙 신한대 간호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장)는 "담배회사는 기성세대에 이어 청소년·여성 등 미래 고객까지 확보하기 위한 신종 담배를 계속 만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흡연에 따른 건보 진료비 지출은 3조8589억원(2023년)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1심 판결의 법리를 확 바꾸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담배업계 내부고발 등 새로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없어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3465명이 특정 회사 담배 제품을 이용했다가 암에 걸렸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각사 내부 문건 확보도 안 되니 제조물 책임 입증은 더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 상당수는 KT&G가 여전히 공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등 담배 폐해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이를 정확히 알리고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 회사들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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