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휴전’ 관세 공격에도 선방한 중국...‘3중 딜레마’에 빠진 미국
미국과 중국이 ‘90일 관세 휴전’에 돌입한 이후 양국 경제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경제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재정 적자 문제까지 불거졌다. 미국이 ‘트릴레마(3중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늘었다. 산업 생산은 6.1% 증가했다. 예상치(5.5%)를 훌쩍 넘는 수치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엔 대외 충격 영향이 컸음에도 주요 지표가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산업 생산의 성과는 놀라운데, 중국이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경기 침체를 잘 헤쳐나갔다는 추가적 증거”라고 했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트럼프 1기 미ㆍ중 무역 전쟁 때와 비교해 중국이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유가 있다.
①중국, 대미 수출 비중 15%에 불과=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1%에서 2024년 14.7%로 낮아졌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지난해 기준 약 4389억 달러(약 601조)로 미국 전체 수입에서 13.8%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의 미국산 수입은 1435억 달러(197조)로 중국 전체 수입의 약 6%에 그친다.
품목도 중국산은 가전제품ㆍ섬유 등 소비자들이 밀접하게 느끼는 품목들이지만 미국산은 반도체ㆍ항공기 등 제조업 제품이 상위에 있다. 당장 유아용품에 대한 미국 부모들의 관세 저항이 미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의외의 ‘복병’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관세 폭탄’이 미국 내부로도 향하고 있는 격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관세 전쟁은 심리적 효과(불안감)는 있지만 중국에 치명타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의 경기 침체는 소비가 더 문제지 수출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봤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폭탄’이 투하된 지난 4월 수출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8.1% 증가한 3156억9000만 달러(약 442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율은 로이터통신(1.9%)과 블룸버그통신(2.0%)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미국으로의 수출량은 21% 감소했지만, 동남아시아 10개국(21%)과 유럽연합(8%) 수출량은 대폭 늘었다.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저우미 선임연구원은 “미국 관세에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고 진단했다.
②동맹국까지 때리는 미국=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세 협상에서 중국은 미국만 상대하면 되지만,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하면 되는 상황으로 출발점부터 불리했다”며 “(한 달여 만에)스위스에서 전격 협상 타결로 미국이 고율 관세를 유지할 국내적 준비가 안 돼 있다는불리한 패를 노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수출 시장을 넓히고, 베트남ㆍ태국 등 임금이 저렴한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원산지 표시’ 규정을 강화하고, 기업에 대한 2차 제재 등으로 우회 통로를 막겠다고 나섰다. 관세를 중심으로 ‘동맹국 때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동맹국에 강력한 조처를 하면 정치ㆍ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의 최대 교역국인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에게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2차 전지 공장 등을 세워 우회 수출입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은 대미 흑자 폭이 큰 편인데, 트럼프식의 자강론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는 동맹ㆍ우방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분석했다.
③‘셀 아메리카’ 우려=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은 90일간의 관세 협상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 금융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16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5%를 넘겼고, 금 같은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렸다. 미국 정부의 ‘고질’인 재정 적자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경기 침체 우려도 함께 커졌지만, 관세 후폭풍에 물가까지 불안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 미시간대 설문 조사에선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6.5%에서 이달 7.3%로 솟구쳤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실제 물가 상승률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주식ㆍ채권ㆍ달러를 대규모 매도하는 ‘셀 아메리카’에 대한 우려도 수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달러 약세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꾀하려 하는데, 달러 약세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상대국 통화 절상’ 요구(전망)가 거론될 때마다 외환시장은 출렁인다. 반면 중국은 미국 채권 보유 비중을 낮추며 ‘협상 카드’로 만지작거린단 전망도 나왔다. 위안화도 달러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지만수 위원은 "금융 시장을 미국의 공격 통로로 활용하다가는 중국으로서는 더 강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박유미([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