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 중앙지검장·4차장 동반 사의…퇴직은 대선 전날

앞서 민주당은 계엄 해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이 지검장과 조 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품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부실 수사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주장하며 탄핵소추했다.

이 지검장은 업무에 복귀한 이후에도 특정 사건을 수사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로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는 점에 부당함을 느꼈고 건강도 악화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차장이) 사유조차 부당한 탄핵소추 이후 정신적으로도 또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고통이 심했고,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탄핵소추가 기각되며 복귀한 이후 중앙지검의 중요한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 챙긴 이후에 (사직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이 사의를 표명한 표면적 이유는 건강 악화지만 실제론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에서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검찰 내부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소 취소 등을 위해 수사했던 검사들을 압박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한단 이유로 감찰 등의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아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은 사실상 검찰이 해체되는 수순인 탓에 검찰 간부 뿐 아니라 평검사들 사이에서도 대거 이탈을 고민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간부는 “민주당에서 이재명 후보를 수사했던 검사들을 줄탄핵한 것은 사실상 '찍어내기'의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이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혹독한 보복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앙지검장과 중앙지검 4차장은 검찰 내에서도 상징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 검사'이라는 오명과 함께 모욕을 받으며 고초를 겪고, 이런 상황으로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단 차라리 옷을 벗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고등검찰청이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고검은 최근 평검사 2명을 파견받아 최행관 부장검사를 포함해 총 3명의 검사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앞서 헌재 역시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에서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에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며 “이 지검장 등이 위와 같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 및 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 차장은 “(재수사는) 각자 자기 본분에 맞게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대선 하루 전인 다음달 2일 퇴직할 예정이다. 선거법 위반을 비롯한 선거 관련 범죄 관리 및 중앙지검에서 수사중인 사건 지휘를 마무리하기 위해 대선 전날까지 업무를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현직 검사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검사는 부산지검 2차장검사였던 2023년 9월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으나, 헌재는 지난해 5월 30일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안 검사 역시 탄핵소추 등 일련의 과정에서 겪은 고초를 언급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정진우.조서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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