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英, '빈손' 트럼프-푸틴 통화 하루만에 러 신규 제재(종합)
러 그림자 함대·무기 공급망 등 겨냥…美에 압박 동참 촉구도
러 그림자 함대·무기 공급망 등 겨냥…美에 압박 동참 촉구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이 20일(현지시간)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를 잇달아 발표했다.
EU 27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제17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공식 채택했다.
채택된 최종안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이 시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는 데 활용되는 일명 '그림자 함대' 유조선 189척이 제재 명단에 추가됐다. 이로써 제재 대상 유조선은 342척으로 늘었다.
러시아 군산복합체를 직·간접으로 지원하거나 제재를 우회한 법인 31곳도 제재 대상이 됐다. 여기에는 러시아 업체 외에 튀르키예,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제3국 업체도 포함됐다.
개별 제재 명단에는 제재 우회 혹은 러시아 무기 공급에 관여한 개인 17명, 법인·기관 58곳 등 총 75건이 추가됐다. 이들의 EU 내 자산이 동결되며 역내 여행이 금지된다.
특히 러시아 정부에 막대한 에너지 판매 수익을 제공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수르구트네프테가즈도 개별 제재 명단에 추가됐다고 EU는 전했다.
이 밖에 화학 전구체 물질을 비롯한 이중용도·첨단기술 관련 제품 수출 제한 조치도 확대했다.
같은 날 영국 외무부도 대러시아 압박을 강화하는 신규 제재안을 공개했다.
영국 제재안은 그림자 함대 유조선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민간 지역에 발사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무기 공급망을 겨냥하고 있다.
크렘린궁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정보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셜디자인에이전시(SDA) 소속 직원 14명도 제재 명단에 추가됐다.
EU와 영국의 신규 제재는 사실상 '빈손 합의'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전화통화 다음날 발표됐다.
또 유럽 정상들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제재 강화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해왔으나 미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해설했다.
EU와 영국은 추가 제재 준비에도 즉각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관련, 현행 배럴당 60달러로 설정된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을 G7 틀안에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동참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각국은 이날도 미국의 러시아 압박 동참을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미국이 너무 러시아를 부드럽게 대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나'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가 60여일전에 동의했듯 러시아가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액션이 있을 것이란 발표가 미국측에서도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말을 한 모든 당사국들이 강력한 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러시아에 바라는 건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것은 바로 조건없는 즉각적인 휴전"이라며 "미국 동맹들이 (러시아의 휴전 거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폴 욘손 스웨덴 국장장관은 전날 미·러 정상 통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러시아 측에서 실제 협상에 관여하겠다는 진지한 의도가 부족하다는 점이 꽤 명백해 보인다"며 제재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전날 2시간 넘게 전화 통화를 했으나 종전 협상 진전을 위한 별다른 돌파구 없이 마무리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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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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