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도 ‘직관’했다…교황님은 스포츠광
미국 프로스포츠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에 열광하고 있다. 최초의 미국 출신인 그가 ‘스포츠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새 교황의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연고지로 삼은 프로 구단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9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바티칸을 방문해 레오 14세 교황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은 교황에게 미국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의 유니폼을 선물했다. 유니폼엔 선수 이름 대신 ‘교황 레오(POPE LEO)’를, 등번호는 ‘XIV(로마 숫자로 14)’를 새겼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베어스 유니폼을 받은 레오 14세 교황이 밴스 부통령에게 ‘굿 초이스’라고 화답했다”면서 “교황의 고향 NFL 팀 유니폼을 선물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NFL은 미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프로스포츠다. 베어스 팬들은 “교황이 우리 팀 팬이라는 게 공식 확인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동시에 SNS에는 레오 14세 교황이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길 바라지만, 그린베이 패커스 팬은 예외”라고 말하는 ‘가짜 동영상’이 퍼졌다. 베어스 팬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패커스는 베어스와 앙숙 관계로 NFL 대표 라이벌로 꼽힌다.
‘레오 14세 교황 열풍’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도 강타했다. 지난 16일 시카고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관중석엔 가톨릭 교황처럼 옷을 입은 팬들이 등장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화이트삭스 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원정 팬들이 준비한 환영 이벤트였다. 시카고엔 화이트삭스와 컵스 두 개의 야구 팀이 있는데 이날은 화이트삭스와 컵스의 라이벌전이 열렸다.
새 교황이 탄생하자 시카고 야구 팬들은 “레오 14세 교황이 화이트삭스와 컵스 중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는 상징인 화이트삭스(남부)와 컵스(북부)의 팬으로 나뉜다’는 특유의 지역 문화를 활용해서 교황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한 것이다.
시카고 북부를 터전으로 잡은 컵스는 중산층·백인 팬이 주류다. 남부에 있는 화이트삭스는 노동자와 유색인종 팬이 많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 빌 머리 등이 유명한 컵스 팬, 시카고 불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화이트삭스 팬이다. 시카고 남부 출신 레오 14세 교황은 당초 컵스 팬으로 알려졌다. 컵스 구단은 소셜미디어(SNS)에 교황 선출 축하 메시지까지 올렸다.
그런데 선출 다음 날인 지난 9일 교황의 친형이 “동생은 평생 화이트삭스 팬이었다”고 밝히면서 이번엔 화이트삭스 팬들이 환호했다. 팬들은 화이트삭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2005년 월드시리즈 1차전 중계화면에서 직관 중인 교황을 찾아내기도 했다. 감색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교황의 영상이 SNS에 퍼졌다. 화이트삭스는 교황이 앉았던 관중석 좌석에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컵스에 비해 팬층이 얕은 화이트삭스는 ‘교황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교황을 구단의 아이콘으로 삼았다. 화이트삭스 홈구장인 레이트 필드 인근 상점에선 교황이 배트를 휘두르는 이미지의 티셔츠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피주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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