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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책 판단을 압도한 전형적 사례다. 2006년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정부는 입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의뢰하고 심층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김해공항 확장을 최적 대안으로 도출했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증적 평가에 기반해 나온 결론이었다. 그런데 2021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의해 김해공항 확장안이 무력화됐다.

현대컨소시엄, 사업 이탈 선언
공기 지연, 추가 예산 투입 우려
김해공항 확장 대안 검토하길

당시 여야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전격 통과시켰고, 김해공항 확장안이 행정 절차 진행 중이었는데도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외면한 채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 때문에 어렵게 형성된 사회적 합의는 무너졌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

전문가들은 여러 우려를 제기했다. 가덕도는 극히 연약한 해저 지반 위에 위치해 지반 개량에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추정된 사업비는 13조원을 넘어섰고, 공사 난이도와 공기 연장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우려가 크다. 공사 기간도 당초 7년이 아닌 최소 9년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기야 최근에는 수의계약 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토교통부의 기본설계 보완 요구를 거부하며 사업에서 이탈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계약을 중단하고 후속 사업자 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과거 네 차례 입찰에도 응찰자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던 상황을 보면 새 사업자를 찾는 것도 난망인 상황이다. 국토부는 일정 지연 최소화를 위해 TF 구성과 자문회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2029년 개항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입지와 환경 조건도 열악하다. 활주로 폭은 인천국제공항보다 15m 좁아 대형 항공기 운항에 제약이 있다.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 위치해 전남 무안공항보다 최대 246배의 조류 충돌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안개와 강풍이 잦은 주변 기상 조건은 항공기 운항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공항 외적 요소도 문제다. 도로·철도 등 연계 교통망 구축 계획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예산 조달 방안도 불투명하다. 교통 인프라 구축에만 약 8조5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추정이 있다. 공사 지연과 난공사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총사업비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기술적 합리성, 재정적 타당성, 사업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 붙여왔다.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가사업인데도 핵심 쟁점에 대한 치열한 공론화가 미흡하고 국민에 전달된 정보도 편향적이고 단편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정책 결정의 기준이 과학적 근거와 실증적 데이터가 아닌 정치적 구호로 대체됐고, 지역 주민은 냉정한 판단보다 장밋빛 개발 전망에 기대게 됐다.

이제는 감정과 구호가 아니라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약 5조9600억원의 예산으로 연간 3800만 명 수용이 가능하지만, 이 정도로는 동남권 관문공항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장거리 국제노선을 위한 활주로 확장, 국제선 터미널 증축, 광역 교통망 구축 등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김해공항은 기술적 안정성과 입지의 우위를 바탕으로 가덕도 신공항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가덕도에 투입될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부산·울산·경남의 핵심 교통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 GTX, 부산-울산-양산 광역철도, 김해-울산 고속도로, 부산 경부선 지하화, 부전-마산 복선전철 등은 지역 주민들이 오래 염원해 온 숙원 사업들이다. 이들 교통망이 완성되면 수도권과의 격차 해소는 물론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통합 생활·경제권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는 중앙 정치가 지역의 민의를 외면하고 절차적 정당성 없이 정책을 강행하는 시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의 미래는 외부의 정치 논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선택으로 결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무모한 정치적 도박을 멈춰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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