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허브’ 꿈 키우는 대만, 우리는 어떤 대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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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대만에 AI 수퍼컴퓨터 구축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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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가 차원의 구체적 AI 생태계 로드맵 절실
대만을 AI 생태계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은 위협적이다. 수퍼컴퓨터 구축에는 엔비디아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 아이폰 등을 만드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 폭스콘,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가 참여한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반도체 제작부터 AI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도 모두 현지화해 대만을 자생적인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그저 장밋빛 포부만은 아니다. 대만은 최첨단 부품 설계와 생산까지 독자적인 AI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AI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세계 1위인 미디어텍과 AI 서버 시장을 장악한 콴타·위스트론도 모두 대만 기업이다. “150개 대만 기업이 이룬 생태계가 없었다면 엔비디아의 설계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황 CEO의 언급이 빈말이 아니다.
대만의 강력한 출사표에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일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만 앞설 뿐, 설계나 소프트웨어·패키징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과 데이터센터 및 전력 공급 등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AI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품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기우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략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대선주자들의 AI 관련 공약은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인 그림은 없다. 보여주기 식으로 막대한 재원 투입만 언급할 뿐, 산업 전략 및 에너지 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제대로 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한국 경제에 AI 산업과 같은 신성장 동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가 경쟁력과 안보 강화 등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경쟁국이 잰걸음을 하는 만큼 시간이 없다.
기업이 혁신 및 투자와 연구개발(R&D), 인재 양성과 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망 구축 등 인프라 확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을 포함한 범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구축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가 할 일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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