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에 쌀 채워 귀국한다…日관광객 '한국 쌀 사재기' 왜

‘생각보다 간단해. 쌀을 가져가는 방법!’
지난 6일 한 일본인 여성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영상의 제목이다(사진). 한국에서 산 쌀 2㎏을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여성이 쌀을 사 인천공항에서 ‘동식물 수출·검역’ 서류를 작성하고 증명서를 받는 장면이 일본어 설명과 함께 나온다. 이 영상 조회수는 20일 오후 기준 12만건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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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 한국서 ‘쌀 사재기’ 열풍
지역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경남 내 이마트 7곳(창원·양산·김해·마산·사천·통영·진주)에서 판매된 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쌀 소비로 지난해 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는데 최근 쌀 판매가 늘어난 것은 일본인 관광객 등의 구매가 늘어난 덕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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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값 폭등’ 여파…한국 쌀, 일본 수출↑
일본으로 한국 쌀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 구호용 쌀 수출을 제외하고 일반용으로 일본에 쌀을 수출한 것은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20일 경남 하동에서는 ‘경남 하동 쌀 일본 첫 수출’을 기념하는 선적 행사가 열렸다. 지역 대표 브랜드 쌀 ‘하동섬진강쌀’은 이번 달에만 일본에 80t이 수출된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에 160여개 점포를 거느린 현지 대형마트 ‘헤이와도(Heiwado)’를 통해 판매된다. 연말까지 200t을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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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쌀 첫 일본행…먼저 간 해남쌀 “판매 열흘 만에 동나”
일본 수출을 협상 중인 곳도 있다. 지난 19일 경남 진주에서는 일본 바이어가 찾아와 “500t을 수입하겠다”고 말하는 등 쌀 수출 상담을 했다. 같은 날 경북 상주와 포항에선 지역 쌀 1t씩 일본에 보냈다. 일본 현지 매장에서 판매, 선호도를 확인한 뒤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일본이 수입 쌀에 1kg당 341엔(약 3400원) 관세를 매겨 그동안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최근 일본 쌀값이 크게 뛰면서 수입쌀의 경쟁력이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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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 한국쌀 ‘밥맛 좋기로 소문난’ 고품질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쌀알이 맑고 투명하다’는 것은 단백질 함량이 적어 ‘밥을 지으면 밥맛이 좋다’는 의미라고 한다. 쌀에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밥알이 부드럽고 탄력적이다. 단백질이 많으면 조리 시 쌀의 수분 흡수를 방해하고 팽창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담백질 함량 품질 기준은 수(6.0% 미만), 우(6.1∼7.0%), 미(7.1% 이상)로 나뉘는데 이번에 일본에 수출되거나 수출 협상 중인 새청무(5.6%), 영호진미(6%), 미소진품(5.8%)으로 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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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수출 문의 잇따르지만 “수출 이어질진 미지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최근 한국쌀 인기는 일본 쌀값 폭등 영향이 커 가격 경쟁력을 갖고 수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진 좀 더 확인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수출이 계속된다면 국내 쌀값 안정이나 재고 소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대훈.김민주.박진호.황희규.김정석.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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