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미쉐린, 가격은 전통시장…반전 가득한 미식의 고장
10년째 신혼여행〈25〉 스페인 빌바오

아내의 여행

빌바오에 도착해서 보니 가죽 재킷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빌바오는 여름철 평균 기온이 25도 수준에 머물렀다. 그 뜨거운 태양도 빌바오의 대지까지는 달구지 못했다.
숙소는 중세풍의 구도심 ‘카스코 비에호’에 잡았다. “찬란한 중세의 거리가 내 집 앞에 바로 펼쳐져 있잖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한 달을 보냈다. 족히 500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만질만질한 돌길과 나지막하고 아담한 상점들에서 고풍스러운 매력이 느껴졌다.

우리는 매일같이 이곳에서 스페인의 명물 ‘핀초스’를 먹었다. 스페인 최고의 미식 도시를 여행하는 우리만의 의식이었달까.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빌바오 사람을 그렇게라도 따라 해보고 싶었다.
핀초스는 조그만 빵 위에 여러 재료를 올려 꼬치로 고정한 간식이다. ‘pinchos’가 우리말로 ‘꼬챙이’라는 뜻이다. 목동이나 공장 노동자처럼 더러운 손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병 속에 든 올리브·안초비·피망을 한 데 꽂아 제공한 데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다.

지중해의 모래사장이 고요한 엽서 같다면, 대서양의 바다는 성탄절 입체 카드처럼 다채로운 매력이 컸다. 대서양이 내다보이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이내 솔솔 잠이 밀려왔다. 스페인에서 가장 평온했던 추억이다.
김은덕 [email protected]
남편의 여행

빌바오 사람은 예부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았다. 빌바오는 산지 비율이 80%에 이르는 도시다. 당연히 드넓은 평야는 꿈꿀 수 없다. 비도 잦아서, 연평균 170일가량을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인지 해가 쨍한 날에는 대책 없이 웃고 노는 사람보다, 땡볕에 나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무심한 듯 근면 성실한 그들을 볼 때마다 왠지 한국 사람과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뜻밖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낯선 아저씨는 “버스가 오려면 한참 멀었다”며 우리를 단골 식당으로 데려갔다. 그는 주인장에게 “애들한테 맛있는 거 만들어줘”라는 당부만 남기고, 정작 우리에겐 말도 없이 사라졌다. 빌바오에서는 모든 일이 이렇게, 뜻밖의 친절과 여운을 남기며 흘러갔다. 그들은 늘 무언가 빼앗을 사람처럼 다가와 정을 한 바구니 담아주고 가는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빌바오 효과’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랜드마크 건축이 도시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티타늄 소재의 외장재가 찬란하게 빛나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연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현대 건축의 걸작을 만나기 위해 빌바오를 찾는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이 도시를 바꾸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적이 계속되고 있다.
백종민 [email protected]

빌바오 한 달 살기
비행시간 : 16시간 이상(바르셀로나에서 국내선 항공편으로 갈아타길 권장)
날씨 : 5~10월 추천
언어 : 스페인어와 바스크어
물가 : 대체로 서울과 비슷하나 교통·외식비는 더 비싸다
숙소 : 700달러 이상(방 한 칸)
날씨 : 5~10월 추천
언어 : 스페인어와 바스크어
물가 : 대체로 서울과 비슷하나 교통·외식비는 더 비싸다
숙소 : 700달러 이상(방 한 칸)
부부 여행작가 김은덕, 백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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