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떠나자…철거 기로에 선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21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그만두라며 청구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 폐지안’이 주민 1만4485명의 서명을 받는 등 관련 요건을 갖춰 지난달 28일 시의회에서 수리했다. 주민조례발안법에 의하면 시의회 의장은 주민의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 주민청구조례안을 만들어 발의해야 한다.
폐지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 본회의까지 잇따라 통과할 경우 최종적으로 대구시의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는 폐지된다. 관련법에 따라 의결은 1년 내에 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제정된 대구시의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에는 추모·기념 사업 등을 심의하는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설치와 동상 제작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조례가 폐지되면 동대구역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철거될 가능성이 있다. 또 추가 동상 제작 계획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남구 대명동에 짓고 있는 대표도서관에 사업비 7억원을 들여 높이 6m, 기단 2m로 규모 박정희 동상 설립을 계획했지만, 현재 잠정 보류된 상태다. 다만 지난해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당시 의원 32명 중 30명이 찬성, 1명 반대, 1명 기권으로 압도적인 찬성을 얻어 폐지안의 본회의 통과는 미지수다.

그간 지역 내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찬반 목소리가 거세게 대립해왔다. 지난해 12월 24일 박 전 대통령 동상의 제막식 열리던 날에도 진보·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리면서 동대구역 광장이 둘로 쪼개졌다.
주도적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해온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있으나 공에 대한 평가를 대구 시민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으로 설사 공로가 있다고 해도 공공기관이 조례로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반교육적, 반헌법적이다”며 “당장 독재자의 동상을 치워라”고 맞섰다. 당시 박 전 대통령 동상 훼손 우려가 제기돼 공무원들이 불침번을 서서 동상을 지키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시의회가 이번 조례 폐지안을 심의, 의결하기 전에 주민공청회 등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20일 입장문에서 “홍 전 시장은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가 공론장’이라며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공론장을 반드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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