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핵시설 타격 준비"…중동전쟁 레드라인 넘어서나(종합)
CNN, 美정보 인용…"美·이란 기대미달 핵합의 우려해 추진" 심리적 압박 수단일 수도…"단행한다면 트럼프에 대놓고 반기"
CNN, 美정보 인용…"美·이란 기대미달 핵합의 우려해 추진"
심리적 압박 수단일 수도…"단행한다면 트럼프에 대놓고 반기"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고동욱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타격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군 통신 감청 등 정보 활동을 통해 이란 핵시설 공격 준비 정보를 입수했다.
이스라엘은 핵시설 타격에 필요한 무기를 이동하고, 작전 실행을 위한 공군 훈련도 완료한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임박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기보다는 이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이스라엘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분석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스라엘 내부에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추이에 대한 불만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과 직결되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나쁜 합의'를 체결할 것으로 보이면 오히려 협상을 깨트리기 위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폭격 훈련을 반복했다.
특히 작년에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에 따라 이란의 공습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지자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 계획은 더욱 구체화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테헤란 외곽의 대규모 군사기지와 미사일 생산 시설, 러시아산 S-300 미사일 방공포대와 방공 본부, 레이더, 미사일 발사대 등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이후 남아 있던 군사시설을 대대적으로 폭격, 방공시스템을 마비시켜 마음만 먹으면 시리아 영공을 가로질러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롯해 이란이 주도하는 중동 내 군사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 또한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격에 위기를 맞이했다.
CNN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군사시설 파괴, 제재로 약해진 경제, 지역 내 주요 대리세력의 궤멸 등으로 이란은 수십년 사이에 군사력이 가장 약화됐다"며 "이스라엘은 이를 기회로 생각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핵시설 타격은 이란이 극도로 예민한 태도를 보이는 만큼 행정부를 불문하고 미국의 '레드라인'으로 인식돼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고 주변 무장세력이나 국가들까지 가세할 경우 국제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물론이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지난달 초 중동 내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핵시설 공습 계획을 보류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반기를 드는 셈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핵시설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CNN 보도 직후 한때 국제유가가 3% 넘게 급등했다.
다만 이란과 핵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필요한 현재, 미국의 태도는 명확하지 않다.
CNN은 미국 역시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서기로 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반면 미 행정부의 의중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이란의 중대한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도울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산악 지역에 지하 깊숙이 건설된 이란의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하려면 미국의 강력한 재래식 폭탄인 벙커버스터, 공중 급유 등 지원이 필요하다.
전직 고위 정보요원 출신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결국 이스라엘의 결정은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어떤 합의를 하는지에 달렸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최소한 미국의 암묵적 승인 없이 관계 파탄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간 오만의 중재로 지금까지 4차례 협상했으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폐를 두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원료인 우라늄 농축 수위를 올려왔다.
이란은 현재 우라늄 농축도를 핵폭탄 원료급(90% 정도)으로 단시간에 농축할 수 있는 수준인 60%까지 끌어올렸으나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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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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