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 김문수 '지금은' 이재명 '새로움' 이준석…유권자에 러브콜 [월간중앙]
정치풍향 | 6·3 대선 후보 경쟁력 비교‘레전드’ 김문수, ‘지금은’ 이재명, ‘새로움’ 이준석 삼원색 대결
대선은 정계 개편 드라마 예고편, 득표율 따라 주도권 바뀔 것
![지난 5월 14일 서울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선거 벽보를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1/97084972-7d0a-4547-95e9-91f026c993ba.jpg)
김문수(73) 국민의힘 후보는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195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의 산증인이다. 일찌감치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고등학생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 시위에 나섰고, 대학생 때는 유신에 저항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제적당했다.
특히 노동운동가 시절에는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심상정 등 그와 연이 있는 진보 정치인들조차 ‘노동운동가 김문수’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지 못한다. 1986년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으로서 인천 5·3 민주항쟁을 주도한 혐의로 수감돼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한 번도 동지를 팔아넘기지 않은 결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위협과 협박에도 본인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절대 허리를 굽히지 않는 모습, 그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만든 ‘꼿꼿 문수’는 사실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정치권에 몸담은 뒤로 김 후보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3선(15·16·17대) 국회의원, 재선 경기지사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경기지사 시절 ‘GTX’, ‘수도권 통합 요금제’ 등을 최초로 도입해 민선 최초로 경기지사를 연임하며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김 후보의 전성기를 경기지사 때로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치평론에도 능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 2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오른 김 후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문수 현상은 과거의 기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김문수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정치인으로서 원숙기였던 사람이다. 특유의 청렴함과 소신 있는 모습으로 우리 아버지 세대에게 대권주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점을 지나 내려가는 단계로 보여진다. 더는 김 후보에게서 뭔가 참신한 것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경기지사 시절의 김문수 후보가 GTX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 지사가 씨앗을 뿌린 GTX는 이제 순차적으로완공되고 있다. [사진 김문수 캠프]](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1/3a390074-18af-414f-9fc7-73da1af4ef2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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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에서 경쟁력 찾는 ‘꼿꼿 문수’
그렇다면 이재명(60)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어떨까. 그는 현 시점 가장 대권에 가까운 사람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51%로 김문수 후보(29%)와 이준석 후보(8%)를 크게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 후보는 좌우에 ‘지금부터 이재명’,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새겨넣은 신발을 신고 나타났다. 이어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로서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는 ‘지금은’, ‘이제부터’다. 지금 현재 가장 필요한 리더는 바로 이재명이라는 암시를 유권자에게 각인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한때 ‘변방 장수’로 불렸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등 정치 인생 초반부는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핵심 측근과 참모들도 진보정당 주류였던 ‘86 운동권’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당내 세력이 약했다.
첫 번째 대권 도전이던 지난 19대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57.0%), 안희정(21.5%)에 이어 3위(21.2%)로 낙선한 것이 그 증거다. 물론 2위나 진배없는 3위였지만, 당시 여의도 정치권이 예상하는 이 후보의 미래는 더욱 밝지 않았다. 차기가 안희정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정배(Odds in favor)였다. 이재명이 차기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독고다이로 살다가 사라지는 무계파 정치인의 삶을 걸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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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장수 성공기 대신 ‘지금’ 내세운 이재명
권력 의지를 기반으로한 자가발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복수의 이 후보 측근들 말을 종합하면, 이재명의 권력 의지는 기층민(基層民)에 대한 연민의 발로라고 한다. 그의 대중에 대한 연민은 지난 대선 때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기본소득’ 등 파격 공약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선 직후 ‘먹사니즘’, ‘기본소득’ 등 포퓰리즘성 공약 때문에 패배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에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기존 공약을 새롭게 다듬어서 들고 나왔다. 먹사니즘이 아닌 잘사니즘, 기본소득이 아닌 기본사회로 거중조정했다. 지난 대선의 실패를 기반으로 더 큰 담론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말에 의하면,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경청과 수용이라고 한다. 어떤 사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면, 이 후보는 되도록 중간에 끊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경기지사 때부터 이 후보를 보좌한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이재명은 항상 양쪽 의견을 다 듣고 결정을 내린다. 본인이 마음 가는 쪽이 있을 텐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월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양쪽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
이준석(40) 개혁신당 후보의 약진(躍進)은 이재명 대세론으로 다소 맥 빠지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어올릴 만한 관전 포인트다. 갈수록 몸값이 오르는 이 후보는 몇 달 전만 해도 1%에 그쳤던 지지율을 8%까지 끌어올렸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10%는 물론 낙관하면 15%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기세다.
이 후보는 세 사람 중 가장 빨리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려지기도 전이었다. 그가 얼마나 대선을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이 후보의 기민한 움직임은 마치 8, 9년 전 이재명을 연상케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일 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민주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길 주저했던 ‘탄핵’ 주장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런 패기가 이재명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고, 지금 그 과실을 수확하기 직전에 와 있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지금의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정치인이다. 정치 이력과 영향력으로는 동 나잇대에서 견줄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1985년생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를 나와 청년벤처기업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로 활동하다 26살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 박근혜 키즈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돌아왔다. 이 시점까지 이 후보의 정치 행로는 파고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그랬던 그에게 정치 인생의 변곡점이 찾아온다. 바로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이다. 사상 최연소(36세) 원내 교섭단체 대표가 되는 순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로 당선됐던 나이(44세)를 훨씬 앞지른다. 하지만 더 큰 파고가 이 후보를 덮쳤다. 친윤계와의 갈등, 그리고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2022년 7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 16일 충남 천안중앙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1/42609d14-c39f-43ae-95c5-3996d1eeaf7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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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올리는 이준석, 대선 이후가 더욱 주목
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압도적 새로움’이다. 낡은 여의도 정치 문법을 타파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각오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평가는 청년 이준석의 서사가 결코 빈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에서 기득권 질서와 순응하며 편하게 정치할 수 있었지만, 타협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 기성 정치인들이 이준석에게 요구했던 모습은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준석이 ‘뜬금 영입’이 아닌, 간만에 보수정당에서 배출한 걸출한 대선주자, 국민의 상식적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대선 레이스 완주를 선언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보수 빅텐트는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단일화 거부 이유에 대해 “‘계엄보수’와 개혁보수는 선명한 차이가 있고, 계엄보수 빅텐트는 아무리 해봐야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줄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의 말처럼 이준석의 시선은 현재와 미래를 향하고 있다. 과거는 그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물론 지극히 낮지만, 단순 득표율 외에 미래 가능성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스펙트럼과 계엄의 강 급류에 갇힌 국민의힘도 이런 점을 눈치챘는지, 이준석 후보에게 구애의 손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107석 원내 2당이 스스로 쫓아낸 3석의 꼬마 정당 후보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되며 보수 지지자들에게 양가의 감정을 부추긴다. 대선 이후 피할 수 없는 보수진영 재편 과정에서 이 후보의 경쟁력은 다선 중진들의 노련함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6월 3일 대선은 앞으로 전개될 정계 개편 드라마 예고편이다. 전개 방향이 궁금하다면 본방 사수는 필수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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