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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면죄부가 아니다...규정 위반도 ‘노력’이면 이해? K리그 11개 구단은 뭘 지킨 것인가 [오!쎈 현장]

[OSEN=정승우 기자]

[OSEN=정승우 기자]


[OSEN=축구회관, 정승우 기자]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의 이 한마디가 남긴 여운은 가볍지 않다. 땀과 노력을 이유로 명백한 규정 위반조차 유예할 수 있다면, 규정을 지키기 위해 같은 땀을 흘린 나머지 K리그1 11개 구단은 무엇이 되나.

김 전무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광주FC 연대기여금 미납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고의가 아닌 행정착오로 인해 선수들의 노력과 땀이 헛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리그의 안정성과 선수 보호를 우선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지 행정 실수로 축소할 수 없는 사건이다.

광주는 지난해 12월 북마케도니아 공격수 아사니를 영입하며 발생한 연대기여금 3,000달러(약 420만 원)를 송금했지만, 송금이 오류로 반환됐고,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15경기에서 선수를 등록했다. FIFA는 이를 명백한 규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를 통보받았으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승희 전무는 '선수 보호'와 '리그 안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논리는 곧 공정성의 붕괴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K리그는 12개 구단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프로 리그다. 경기 출전 자격, 선수 등록, 이적 규정 등은 단 한 팀이라도 예외가 허용될 경우, 리그 전체의 형평성은 무너진다. 광주의 과실이 "행정착오"였고 "고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참이더라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룰을 어긴 것이란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11개 구단은 왜 규정을 지키며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고, 보상금을 누락 없이 처리해왔는가. 그들은 땀을 덜 흘렸기 때문인가? 아니다. 광주와 마찬가지로, 혹은 그보다 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리그를 구성해온 당사자들이다.

그들의 노력은 왜 보호받지 못하는가.

FIFA는 이미 2022년 11월부터 '클리어링 하우스(Clearing House)'라는 자동화 보상금 정산 제도를 도입해왔다. 이 시스템은 이적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상 내역을 계산하고, 관련 클럽에 직접 송금해주는 구조다. 2024년에는 전체 훈련보상금 중 88%가 클리어링 하우스를 통해 처리됐다. 단 2년 만에 전 세계 5,000개 이상 클럽이 이 시스템의 혜택을 누렸다. 파라과이, 가나처럼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에서도 수혜가 발생했다.

한국 축구협회는 여전히 "정착 중"이라는 진단에 머무르고 있다. 광주FC 사태 이후 협회는 FIFA에 공문을 보냈고, 향후 대응을 논의 중이라 밝혔지만, 그 사이 리그는 이미 15경기를 소화했고 결과는 누적됐다.

즉, FIFA는 시스템의 실패를 탓하지 않았다. 적용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을 뿐이다. 반면 우리는 행정착오와 선수의 땀, 노력을 앞세워 규정 위반의 결과를 유보했다.

김승희 전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축구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 공정성이 도전받은 순간, 가장 먼저 나온 단어는 "땀"이었다. 공감의 언어는 중요하다. 그러나 공감은 규정을 대신할 수 없다.

규정은 냉정하다. 그것이 리그 전체를 살린다. 공정함을 상실한 리그에 땀의 가치가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규정을 지킨 구단들에게 불공정이라는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될 뿐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광주의 악의 유무가 아니다. 협회가 규정을 얼마나 엄정하게 적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판단에 있어 정서보다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FIFA는 그 신뢰를 시스템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땀"을 이야기하고 있다. K리그는 '룰'로 유지되는 리그다. 노력으로 예외를 만들 수 있다면, 이제 그 룰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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