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묻는 까닭, 이 다큐 보면 나온다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이 한국에서 28일 개봉한다. 다큐는 미야자키의 일대기를 따르며 그의 작품 세계를 정리한다. 특히 미야자키가 작품을 통해 꾸준히 말해 온 ‘자연주의’에 주목했다.

나아가 수잔 네이피어, 카노 세이지(叶精二) 등 미야자키 작품의 평론을 쓴 작가들과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 인류학자 필리프 데스콜라 등의 인터뷰로 미야자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그의 아들이자 지브리 미술관 디자인을 맡은 미야자키 고로(宮崎吾朗),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도 출연한다.

꿈과 광기의 왕국(2013), 미야자키 하야오의 19년(2019), 미야자키 하야오와 왜가리(2024) 등 미야자키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여러 편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연출한 경우는 없었다.
다큐는 미야자키를 마냥 신격화하지 않는다. 미야자키란 사람을 보여줄 뿐이다. 그는 어린 시절 우쓰노미야(宇都宮) 야간공습과 원자폭탄 투하를 겪으며 반전의식을 키웠지만, 동시에 전쟁 무기의 부품을 만들던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으로 비행기에 매혹을 느끼기도 했다.

미야자키의 생각은 장면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발전한다. 인간으로서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 지에 대한 그의 고민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처음 등장한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의 흥행 실패 후 스즈키 토시오를 만나 1982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란 제목의 잡지 연재만화로 돌아올 기회가 생기면서다.

1991년이 되자 아시아 경제의 버블이 붕괴하고, 소련이 해체된다. 당시 유럽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발발 후 ‘붉은 돼지’의 배경이 되는 두브로브니크 폭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야자키는 작품을 통해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붉은 돼지’와 ‘모노노케 히메’(1997) 등은 이제까지의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사용할 때마다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AI(인공지능)에 ‘지브리 풍 그림을 그려줘’ 적는 사람들을 보며 미야자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으며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시대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면도 영화에 담겼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아직 모두 보지 못했다면, 85분 가량의 이 다큐는 그의 생각을 가늠해보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전체관람가.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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