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예비군은 지치고 동맹은 압력 넣고…이스라엘 반전 여론 확산

오랜 전쟁에 피로감 극심…여론조사 응답자 70%가 종전 지지 네타냐후 정권 불신에 야당 정치인 인기도 급상승

예비군은 지치고 동맹은 압력 넣고…이스라엘 반전 여론 확산
오랜 전쟁에 피로감 극심…여론조사 응답자 70%가 종전 지지
네타냐후 정권 불신에 야당 정치인 인기도 급상승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이 19개월째 이어지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전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로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에는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인질 석방 대가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결과 이스라엘 국민의 약 70%가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인질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 직후에는 전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당시에도 전쟁의 목표에 대한 여론은 갈렸다.
전쟁 3개월째인 지난해 1월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251명을 구출하는 것과 하마스를 격퇴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전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반반으로 나뉘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은 하마스 궤멸에 더 무게를 둬왔지만, 내부 여론은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더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인질 석방 대가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10명 중 7명 수준으로까지 높아졌다.
이런 여론은 수도 텔아비브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위대는 전쟁 초반에는 인질 구출을 주로 요구했지만, 이제는 노골적으로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옹호해온 인플루언서 헨 마지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처음 몇 달 동안은 전쟁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이스라엘과 정부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며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WSJ은 이처럼 반전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반복되는 작전으로 군인과 그 가족들이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소수의 예비군 병력에 전투를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강 서안 등에서 수백일간 이어진 복무로 지칠 대로 지쳐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전투에 투입할 병력을 모집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인질 석방 대가로 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예비역과 퇴역 군인도 수천 명에 달했다.

전쟁을 고집하는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2년에 가까이 전쟁을 치렀지만 가자지구 억류 인질 중 58명은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중 38명은 이미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맹국들의 전쟁 중단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영국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상황 악화를 이유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했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EU-이스라엘 협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미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은 하마스와 직접 인질 협상에 나서는 등 노골적으로 네타냐후 정권을 배제한 채 중동 현안을 처리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게다가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파트너인 극우진영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고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투 참여 병사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이마 시대'(Ima Era)라는 단체를 설립한 로템 시반-호프만은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과 가자지구 점령을 위해 내 아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는 네타냐후 정권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당장 오늘 선거가 실시된다면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우파 연정이 정권을 잃을 것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반면에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골란의 지지율은 급등하고 있다.
골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국가라면 민간인을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취미로 아기를 죽이지 않으며 대규모 인구 이동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네타냐후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런 발언은 전쟁 초기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현재 이스라엘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WSJ은 심지어 이스라엘 내부에서 중도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인도주의적인 시선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짚었다.
IDI의 선임 연구원인 타마르 헤르만은 "많지는 않지만,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신영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