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연필로만 영화 만들었다…나는 운이 좋았던 마지막 세대”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개봉한다. [A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3/67b6a650-ac96-48e8-8940-b666b24bfc42.jpg)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이 한국에서 28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는 프랑스 감독 레오 파비에(40)가 연출했고,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종이를 뒤적이며 손으로 애니메이션을 빚어내는 미야자키의 모습이 담겨있지만, 그의 새로운 인터뷰는 싣지 못했다. 대신 과거 자료 영상과 인터뷰로 그의 목소리를 채웠다. 국내에서 2013년 출간된 미야자키의 에세이와 대담 등을 담은 책 『출발점 1979-1996』 『반환점 1997-2008』도 인용했다.
레오 파비에 감독은 지난해 미국 매체 애니메이션 월드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매우 자전적”이라며 “그는 자신의 기억과 이야기를 영화에 넣는다. 알고 나면 더 잘 보이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은 미야자키의 삶과 사회적 상황, 그가 영화를 만든 이유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 다큐로 엮었다.
다큐는 미야자키를 마냥 신격화하지 않는다. 미야자키란 사람을 보여줄 뿐이다. 그는 어린 시절 우쓰노미야(宇都宮) 야간공습과 원자폭탄 투하를 겪으며 반전의식을 키웠지만, 동시에 전쟁 무기의 부품을 만들던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으로 비행기에 매혹을 느끼기도 했다.
미야자키의 생각은 장면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발전한다. 인간으로서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그의 고민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처음 등장한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의 흥행 실패 후 스즈키 도시오를 만나 1982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란 제목의 잡지 연재만화로 돌아올 기회가 생기면서다.
그의 초기작은 자연과 교류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산업 문명의 붕괴 후 생존한 소수 인류를 다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일본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토토로라는 신비한 생명체를 그린 ‘이웃집 토토로’(1988)가 대표작. 이를 통해 환경보호·평화의 가치를 말했다.
자연의 강렬한 힘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영화 ‘벼랑 위의 포뇨’(2008)를 만든 미야자키는 3년 후 동일본 대지진을 목격한다. 자연재해에 이어 기후위기 시대를 겪게 된 그는, 오래도록 품은 질문을 관객 앞에 내려뒀다. 자신의 삶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가 제목을 통해 던지는 명료한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할 때마다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AI(인공지능)에 ‘지브리 풍 그림을 그려줘’를 적는 사람들을 보며 미야자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시대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면도 영화에 담겼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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