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익산 모녀의 비극, 복지전달체계 제대로 작동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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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의료 급여 지원 대상이어도 신청 안 하면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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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최대한 줄여야…대선 후보들 관심 갖기를
60대 어머니와 그의 20대 둘째 딸이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8일이다.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어머니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다”는 쪽지와 집 열쇠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집에서 발견된 딸은 한 달여 전 사망한 상태였다. 우울증과 신경증을 앓던 딸의 사망을 슬퍼하다 어머니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다.
이들의 사망이 관심을 끈 것은 2006년부터 18년간 지급되던 생계·의료비가 지난해 1월 끊긴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고인들과 함께 살던 큰딸이 취업하면서 소득이 생기자 월 100여만원의 지원이 중단됐다. 월 100만원 넘게 드는 의료비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큰딸이 취업했는데도 복지 혜택이 줄어 가족이 세대를 분리하지 않고서는 경제적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큰딸이 지난 1월 결혼해 세대 전출을 하면서 다시 생계·의료 지원 자격이 됐는데도 모녀가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급여를 다시 받으려면 수급자가 직접 지자체에 신청하고 금융정보 제공 등에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녀는 이를 하지 않았다.
1월부터 다시 생계·의료 급여가 지급됐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극한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는 됐을 것이다. 위기 가정의 개인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대상자임에도 서비스에서 누락되는 ‘복지 신청주의’는 과거부터 논란이 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통상 단전·단수, 건강보험료·통신비 체납 등 47종의 위기 징후를 살피는데, 모녀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체납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이 수급자의 상황을 파악하면 좋겠지만, 이미 현장은 업무 과부하 상태라는 게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인력 배치를 효율화하고 복지 급여 공무원이 직권으로 급여 지급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모녀의 비극을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치권과 우리 사회 모두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복지전달체계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막대한 복지 예산을 감당하는 국민을 안타깝게 하는 비극이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장밋빛 복지 공약을 내놓는 대선후보들도 그 전달체계의 중요성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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