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일화한다며 잡음만 쏟아내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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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대가로 이준석에게 당권 제안’ 놓고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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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빅텐트 내세우지만 관심은 온통 당권에만
정작 구애의 대상이 된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이 후보는 “정치공학적 단일화 이야기 등 불필요한 말씀을 주시는 분이 많아 모든 전화에 수신 차단을 설정했다”고 공개했다. 아예 어제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해버렸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김문수 후보의 책임도 크다. 느닷없는 비상계엄 사태로 치르게 된 이번 조기 대선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정작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 영화 관람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영화도 많이 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면 좋은 것 아니냐”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탈당한 윤 전 대통령과 명확히 선을 그으려는 당의 노력에 후보 자신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윤석열 리스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당의 외연 확장 노력도 그 성과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투표가 가까워지면서 부동층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런 부동층 표가 국민의힘 쪽으로는 가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한 달 전보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13%포인트 뛰었지만 김문수 후보로 결집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겨우 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중앙일보 5월 22일자). 부동층을 더 많이 끌어와도 승리가 어려울 판에 지난 한 달 사이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얘기다. 이재명 후보는 태극기를 왼팔에 수놓고 보수 진영에까지 지지를 호소하는 국면에 국민의힘은 내부 총질로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김 후보가 내놓은 공약엔 ‘국회의원 10% 감축’이나 ‘야당 추천 특별감찰관 임명’ ‘공공기관 낙하산 금지법’처럼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것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선 이후 당권이라는 잿밥에 더 눈이 먼 국민의힘 상황이니 이런 공약에 눈길이 갈 리 없다. 여전히 당내에 친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마당에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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