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만 돈잔치…대출 금리 요지부동, 1분기 순익 29% 급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국내 은행의 이자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덕분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순익을 냈다.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영업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3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28.7%)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2023년 1분기(7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은행들의 이익이 많이 늘어난 표면적인 이유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이다. 지난해 1분기 국내 은행은 총 1조8000억원의 ELS 배상금을 고객에게 지급하면서, 당기순이익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는 실적이 정상화 돼 전년 대비 이익이 급증했다.

은행의 이자이익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는 점도 당기순이익을 늘린 요인 중 하나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1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9000억원) 대비 1000억원 소폭 감소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는 높은 기준금리에 은행들의 이자이익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던 시기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이자 장사’ 실적은 지난해 1분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자산(3222조3000억원→3393조9000억원)은 약 171조7000억원(5.3%) 늘었다. 여기에 순이자마진(NIM)은 0.1%포인트 감소(1.63%→1.53%)에 그치며 이자이익 방어에 도움을 줬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이자수익자산을 운용해 번 순이익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실질적인 이자수익률을 의미한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 하락에 더 영향을 끼치면서 은행의 이자이익을 오히려 늘렸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상품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가계예대금리차는 KB국민은행(2.34→2.41%)·신한은행(2.08→2.16%)·하나은행(2.04→2.14%)·우리은행(2.15→2.23%) 모두 벌어졌다. 이 영향에 올해 1분기 국내 은행 순이자마진(1.53%)은 지난해 4분기(1.52%)와 비교해 오히려 상승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순이자마진이 예상외로 상승했는데, 은행들이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있는 데다, 금리 하락으로 조달 비용이 떨어지고 저원가성예금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순이자마진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이런 요인이 지속할 경우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2조원으로 전년 동기(1조9000억원) 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국고채 등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관련 평가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1분기 대손 비용은 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3000억원)와 비교해 3000억원 늘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인해 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으면서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1분기 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관련해 은행들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하겠다”고 했다.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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