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목표이행률 50% 넘긴 기업 2곳뿐, 한국선 지지부진 왜

23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RE100 회원사로 등록된 국내 기업 36곳(한국수자원공사 제외)의 지난해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24%로, 전년(22.8%)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주로 국내 사업장이 아닌 해외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국내 사업장에서 RE100 목표 이행률 50%를 넘긴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50%)과 LG이노텍(61%) 단 두 곳뿐이었다. 반면 해외 사업장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SK스페셜티가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했고, 삼성전자(97%), 아모레퍼시픽(97%), LG이노텍(74%)이 100%에 근접했다. 전체 36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해외에서는 RE100 목표를 이행했거나 거의 완료한 것이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RE100 이행률이 더딘 이유가 환경적·구조적 제약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RE100 회원사들의 국내 사업장 전력 사용량은 총 6만6161기가와트시(GWh)에 달했지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만3200GWh에 불과해 수요를 맞추기에 역부족이었다.
한 RE100 회원사 관계자는 “해외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해 에너지 전환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국내 사업장에서는 RE100을 달성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사 관계자도 “국내 사업장 전력 소비량보다 재생에너지 공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RE100 회원사가 아닌 기업들도 고객사 유지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국내 배터리 기업 협력사는 “글로벌 RE100 회원사는 아니지만,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며 “리스크가 크지만, 고객사 요구를 맞추기 위해 해외 현지 생산 설비를 늘리는 쪽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송전망 등 인프라 부족 역시 RE100 달성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금융(BNEF)이 추정한 지난해 한국의 유틸리티급 태양광 발전단가는 117.6원/kWh이었다. 같은 해 중국(36원/kWh), 일본(64.8원/kWh), 미국(76.8원/kWh) 등 주요국보다 확연히 높았다. 유틸리티급(약 20MW 대규모) 태양광은 주택용이나 일반 소규모 발전과 달리 전력망에 전기를 직접 공급하는 산업용 발전 방식이다.
김성수 한국공학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부 교수는 “해외는 단위 면적당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좋고, 국내보다 전력 발전단가도 낮다”며 “국내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권재원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특임교수는 “RE100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되면 일자리 감소와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들이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부지를 확보하고, 송전망 등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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