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비상식수 10L랑 무선 라디오는 다 갖고 계시죠?"
핀란드는 평소 국민의 안전 의식이 투철하다고 파르코 차관은 소개했다. 그는 "핀란드에는 모든 국민이 72시간 동안 집에서 도움 없이도 외부 공격 등으로부터 버틸 수 있는 태세를 갖추라고 어릴 때부터 교육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핀란드 가정은 비상식수와 식량, 의약품, 보조 전력원 등을 준비해놓는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선 주로 인구 밀집 지역에 민방위 대피소를 운영한다. 핀란드 전체 인구(550만명)의 87%인 4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공호가 5만 500개 있다. 폭발 및 방사능, 유독성 물질을 견디게 설계돼 있다. 핀란드에선 바닥 면적이 1200㎡를 초과하는 건물이나 주택 단지는 법에 따라 방공호 설치가 의무다.
헬싱키 이타케스쿠스 수영장은 유사시에 3800명을 수용하는 민방위 대피소로 변신한다. 72시간 이내에 물을 비우고 방공호로 바뀐다. 야구장, 체육관 등을 갖춘 헬싱키의 메리하카 대피소는 6000명이 수용된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기 때문에 평소 관리가 잘 된다.
이렇게 핀란드가 안보에 진심인 이유는 1340㎞ 국경을 러시아와 접하면서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파르코 차관은 "과거 러시아와의 전쟁을 겪다보니 핀란드는 일상 속에서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방공호 시스템 개발을 핀란드가 돕기로 하는 국방 각서에 서명했다고 핀란드 국영 방송이 보도했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마티 페수는 "국가 안보에 모든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은 핀란드 정체성의 일부"라면서 "민방위 대피소는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보여주는 물리적 증거"라고 전했다.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 핀란드 대사는 "핀란드는 8년 연속 행복 국가 1위에 선정됐는데, 국민 행복도 안보가 튼튼하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태세를 갖출 때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