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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마감에 빌트인 냉장고…9700만원 '평양판 원베일리' 열풍" [월간중앙]

한진명의 평양 랩소디|‘돈맛’에 눈뜬 평양은 장마당·부동산 열풍

위안화 환율 실시간 체크하는 장마당…락랑·중구역 시장이 최대 핫플
신흥 재벌은 ‘고급 식당’ 운영, 대중은 ‘고소득 알바’로 건설일용직 인기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 4월 15일 평양 시내 ‘뉴타운’ 지구 중 하나인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사진은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국가다. 물론 공식적으론 사회주의 국가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의 중앙계획경제 체제가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김일성 집권기인 1970년대에 출생했다.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이자 김정일 집권기인 199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김정은 집권기에는 외무성에서 근무했다. 다시 말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모두 겪은 것이다.

이 기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실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구체적으론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공화국’에 자본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평양 시민들은 직관적인 생존 본능에 따라 자본주의를 ‘독학’했다. 이번 글은 필자가 직접 목격한 평양 시민들의 자본주의 독학법이다.



평양 인민들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원칙’ 신봉론자

필자가 중학생이던 1980년대 평양 장마당은 ‘농민협동시장’ 형태였다. 즉, 농업 종사자들과 개인이 생산한 잉여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형태였다. 일주일에 하루 연다는 의미에서 ‘하루장’으로 불렀다. 그러던 장마당은 1990년대 급변한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가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자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했다. 북한의 대다수 국영 생산수단들이 멈춰섰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기존의 국가 주도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현 불가능한 배급제를 미끼로 인민들에게 정상 출근할 것을 독려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시작된 시점이다. 이후 1994년 집권한 김정일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직면했다.

김정일은 이 간극을 좁혀야겠다는 절박감에 다양한 시도를 했다. 노동자 임금 지급을 위해 농민시장을 자주 열게 했다. 1980년대 일주일에 한 번 열던 ‘하루장’ 형태의 시장은 매일 여는 일일장으로 변했다.

이 밖에도 김정일 시기 노동당은 농민시장에 나와 물건을 파는 인민들에게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2.50㎡의 공간을 격일제로 임대했다.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서다. 시장 관리자들은 2.50㎡ 공간에 대한 자릿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월세’ 개념이 스며들기 시작한 게 바로 이 시점이다.

그렇게 징수한 자릿세는 평양 각 구역의 행정위원회와 군(軍), 국영은행에 조달됐다. 이는 북한의 영예군인(상이군인) 등 유공자를 위한 복지 자금과 노동자 임금 지불에 쓰였다. 이때부터 평양 시민들은 소득세(자릿세)를 내면, 국가가 이를 복지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자본주의 격언을 경험으로 깨우쳤다.

장마당 물가도 사회주의 시스템 붕괴를 가속했다. 우선 장마당에 나오는 물건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장마당 물가가 북한의 통제력 밖에 있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북한은 내부 경제 사정보다 위안화와 달러 변동에 민감하다.

평양의 화폐 딜러(dealer)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적당한 환전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에는 ‘이중가격 제도’가 도입됐다. ‘이중가격 제도’란 북한의 국가가격제정위원회에서심의 및 결정하는 국정가격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반영하는 시장가격을 의미한다.

물론, 인민들은 시장가격을 중시한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격차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장마당의 가격 유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당국은 ‘국가적 시도’, 즉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인 해결책을 내놨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국영 수매상점’이다. ‘수매상점’이란 물건을 사들여 판매하는 상점을 의미한다. 즉, 국가가 직접 물건을 사들여 판매하는 상점이란 뜻이다.

실제로 북한 정권은 각종 상품을 민간 수매상점, 즉 장마당에서 구매해 장마당 가격보다 낮춰 판매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마당 가격이 낮춰질 거라고 봤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또 한 번 김정일을 괴롭혔다. 국영 수매상점은 상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원만한 가격조정이 불가능해졌다.

또, 국영 수매상점의 상품은 장마당 상품보다 퀄리티가 낮았다. 그러자 인민들은 국영 수매상점을 피했다. 경제학의 핵심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결국 북한의 가격 일체화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지난 2009년 11월 북한이 무모하게 단행한 ‘화폐 개혁’이다. 화폐 개혁 초창기 극적으로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동일화가 이뤄졌으나, 결국 며칠 만에 실패했다. 실패는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평양1백화점에서 시작됐다. 당시 평양1백화점에는 차익을 노리는 구매자들로 가득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평양1백화점 물건들이 장마당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구매 수요가 늘자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당국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상품 판매가 실패하자 잠시 주춤했던 장마당 판매자들은 일시에 시장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당시 인민들은 사회주의가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사회주의를 붕괴시킨 셈이다.

장마당에 무릎 꿇은 ‘평양1백화점’은 사회주의 체제의 허상을 단적으로 증명한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 4월 3일 평양제1백화점 내부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공세 거세지는 북한판 아마존(Amazon)의 등장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장마당도 끝없이 진화했다. 평양의 대표적인 장마당인 ‘중구역시장’과 ‘락랑시장(구 통일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구역시장과 통일시장의 공통점은 ‘큰 규모’와 ‘도매(都賣) 시장’이라는 점이다. 이 중 도매(都賣)에 주목해야 한다.

장마당 초기 소매(小賣)에 익숙하던 인민들이 도매에 눈을 떴다는 것은 사회주의와의 ‘영원한 작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민간 차원의 도매가 등장하기 어렵다. 이에 상인들은 당국, 구체적으론 상업관리소 산하 도매소(도매상)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상업관리소 산하 도매소의 공인서류를 도용하면 당국의 검열을 쉽게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내 중국산 식료품 유통과정이 대표적이다. 평양 락랑시장의 북한 상인들은 대부분 중국 수출 업체들과 개인적인 ‘구매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구매 라인은 중국산 물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이들을 뜻한다. 북한 상인들은 실시간으로 환율을 체크하며, 북한 내부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들을 실시간으로 중국 업체에 요청한다. 평양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수요)이 제때 장마당 물품(공급)에 나오는 비결이다.

장마당의 발 빠른 수요와 공급은 국영기업이 따라가지 못한다. 공급 능력이 없는 북한 국영기업들이 도태되는 이유다. 장마당 상인들은 상품 및 식품 저장창고도 구비해 공급을 조절한다. 북한판 아마존(Amazon)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장마당에 독특한 현상이 생겼다. 북한 국영기업들과 장마당이 동반 성장, ‘윈-윈 관계’를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장마당이 국영기업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마당 큰손 상인들은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 도매소의 공인 도장이 절실하다. 제아무리 뛰어난 ‘중국 인맥’을 둔 인민도 공인 도장이 없으면 불안하다. 이에 민간 큰손들은 공인 도장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국가 입장에서도 세수 확보 차원에서 도장을 판매해서 나쁠 게 없다. 공생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북한에서는 국영기업과 개별 상인 간에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해당 거래를 통해 국가가 얻는 세수보다 민간에 돌아가는 이득이 크다는 점이다. 장마당에 등장하기 시작한 큰손들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처럼 말이다. 북한 인민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믿게 된 결정적 계기다.

평양 장마당 상인들은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중국 지린성에서 바라본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모습. [연합뉴스]
북한에서 ‘신흥 재벌’이 되고 싶다면 어떤 사업을 해야 할까? 가장 추천하는 사업은 ‘합의제 식당’이다.

합의제 식당은 과거 북한의 군(郡), 구역 급양관리소 산하의 ‘협동 식당’으로 시작했다. 제한적인 영업활동을 하던 ‘협동 식당’들은 점차 범위가 확대돼 성, 중앙기관 산하 ‘합의제 식당’으로 발전했다. 합의제 식당으로 발전한 이유는 국가의 세수 확보에 있다. 중앙정부의 각 성(외무성 등)과 중앙기관들은 수익 마련을 위해 합의제 식당 운영을 택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합의제 식당들은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민간에서 자금을 투자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수익의 일부를 성, 중앙기관들에 상납하나, 민간사업의 성격이 크다. 합의제 식당의 자본력이 점차 커지면서 이들은 해외로 진출하게 됐다. 평양 만경대구역에는 해외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교육 식당’도 생겼다.

합의제 식당은 점차 시간이 흐르며 운영방식에 변화를 겪었다. 영업 타깃을 일반 북한 주민들에서 특정 부유층으로 좁혔다. 식당 위치는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 즉 개인이 전용차(專用車)를 이용해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정하기 시작했다. 큰손들을 표적으로 삼으면 보다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북한 김씨 가문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김씨 가문은 개인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정치에 ‘간섭’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경제 경찰’을 동원해 3년에 한 번씩 합의제 식당의 수익을 점검한다. 식당 수익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경제 경찰은 각종 트집을 잡아 식당 재산을 몰수한다.

합의제 식당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 입장에선 공들여 일군 재산을 빼앗기는 셈이다.

사실상 시장경제 체제 국가인 북한은 여전히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남측 대성동 마을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먹구름이 만든 그림자 아래에서 마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아파트 건설과 분양

미국의 제재로 봉쇄된 국가는 전 세계에 북한 외에도 많지만, 수익 창출에 캡(cap)을 씌우는 국가는 드물다.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베트남과 중국에서 수익 창출에 캡을 씌우던가? 이처럼 북한은 매 순간 도끼로 제 발등을 찍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면 지도부는 ‘시각적인 성과’에 의존한다. 당장 눈앞에 성과를 내놔야 민심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초고층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것도 보여주려는 이유가 크다. 최근 평양 미래과학자 거리에 있는 53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은하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평양의 은하 아파트는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다. 그 이유는 약 3년 전부터 아파트 벽체를 미장한 타일과 시멘트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은하 아파트는 평양의 대표적인 최신 아파트다. 급하게 건설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은하 아파트와 같은 북한판 초고층 호화 아파트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건설될까? 먼저 평양에서는 ‘정책적 건설추진’ 과정을 거쳐야 아파트를 건설할수 있다. ‘정책적 건설추진’이란 당국이 정책적·체계적으로 건설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국이 건설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책적 건설추진’의 이면에는 민간 주도의 아파트 건설 및 판매시장이 조성돼 있다. 먼저 북한에서 민간이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토환경보호성으로부터 ‘명시’를 받아야 한다. ‘명시’란 당국으로부터 어느 지역에, 몇 층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건설계획의 행정적 승인’을 받는 초기 절차를 의미한다.

당연히 북한의 집단주의 체제 특성상 개인이 주도하는 건설업은 불법이다. 따라서 개인 건설업자들은 당 혹은 국가기관을 사칭한다. 민간 업자들은 국토환경보호성에 제출할 서류 및 건설 도면을 국가 주도인 것처럼 ‘사칭’한다. 앞서 장마당의 ‘큰손’처럼말이다.

민간 건설업자들이 애용하는 직인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대외연락부, 국방성, 인민보안성 등 권위 있는 국가기관과 관련 있어야 한다. 아파트 완공 시 예상되는 전체 세대 수 대비 일정 비율의 주택을 제대(除隊) 군관에게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해야 한다. 마치 한국에서 재건축 승인을 받기 위해선 일정 비율로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이상(실현 불가능한 사회주의)과 현실(자본주의)의 괴리에 짓눌려 있다. 사진은 김정은이 지난4월 딸 주애와 5000t급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민간 아파트 분양이 불러온 ‘광고 시장’의 성장

‘명시’ 단계를 넘은 민간 건설업자들은 건설 자재와 인력 수급에 나선다. 건설 자재는 북한 내부와 중국 등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그 이유는 명의를 도용한 국가기관들이 건설 인력 문제까지 해결해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게 대외건설지도국과 같은 전문 해외건설업체들이다. 북한의 해외 건설 예정자, 즉 해외 파견을 앞둔 근로자들은 일정 기간 대외건설 지도국 산하 건설사에 출근하면서 대기상태에 놓여 있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들 중 재파견을 희망하는 이들도 3년간 대기 상태를 거쳐야 해외로 다시 나갈 수 있다. 개인 건설업자들은 이 대기자들에게 일당을 지불하고 아파트를 건설한다. 북한군 8총국 등 군인도 인력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개인 건설업자들은 군 지휘관들에게 로비하고 필요한 건설 인력을 공급받는다. 군인들은 군부대 대신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다.

이렇게 인력을 모아 아파트를 완공하면 ‘분양’에 나선다. 분양가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장마당 접근성, 전기 공급 정상화, 음료수 저장공간 크기 등이다. 분양수익은 건설자금 조달에 절대적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양 홍보(광고)에 공을 들인다. 실제로 민간 건설업자들은 행정위원회 주택배정처에 주택관리증을 발급받자마자 아파트 홍보에 열을 올린다.

독특한 점은 북한에서는 아파트 완공 이후 또 하나의 산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명시’를 빌려준 국가기관과 건설업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다. 일부 당국자들은 아파트가 완공되면 의도적으로 개인이 건설한 아파트를 뺏는다. 거스를 수 없는 노동당 비서, 심지어 김정은 총비서의 이름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당의 지침이라며 강제로 따르라는 식이다. 이렇게 다 지은 새 아파트를 빼앗긴 개인 건설업자는 큰 빚만 떠안게 된다. 하지만 당국에 뺏기지만 않으면 건설업자는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 최근 평양에서 최상의 조건이 구비된 최고급 아파트는 5만 달러(한화 약 7000만원)에서 7만 달러(약 970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고 한다.



개혁·개방 앞당기는 ‘북한판 아르바이트’ 열풍

자본주의 유입은 또 다른 면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북한에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인 ‘시간제 일용직’, 즉 아르바이트다. 북한 내 상품 유통이나 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민간 회사들이 마진을 위해 직원 수를 줄이고 노동현장에 요구되는 인력들을 대거시간제 근로자로 대체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시간제 근로자들이 나타나게 된 주된 원인은 북한 당국의 임금체불 혹은 터무니없이 적게 주는 생활비 때문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노동법에 따라 노동능력이 있으나 직업이 없는 주민을 노동단련대로 보내 법적으로 처벌한다. 이런 징벌적 노동 강요가 시간제 근로를 부추기는 이유가 됐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공장 및 사회단체(동사무소)에 적을 둔 채로 민간 건설현장에 나가 돈을 번다. 자신이 적을 둔 공장 혹은 단체에 일정한 돈을 상납하면 당국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일용직 근로자 중에는 별거 중인 군관, 하사관(부사관) 가족이 대다수다. 이들은 건설현장 외에도 상하차(上下車)를 하며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북한은 명실상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라고 부를 만하다. 김정은을 포함해 북한의 모든 이들은 지금의 ‘공화국’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혁·개방은 시간문제다.


한진명 前 주베트남 북한 서기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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