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25바퀴 도는 68억갑 팔렸다…국민 간식 50년의 여정 [비크닉]
b.멘터리
브랜드에도 걸음걸이가 있다고 하죠. 이미지와 로고로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다움’을 직조해야 비로소 브랜드가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브랜드 하나만 골라도 취향이 드러나고, 그 선택에 개성과 욕망, 가치관이 담기죠. 비크닉은 오늘도 중요한 소비 기호가 된 브랜드의 한 걸음을 따라가 봅니다.

오는 6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초콜릿 한 조각으로 ‘행복’을 이야기해온 브랜드의 반세기 여정을 풀어낸 자리입니다. 단순한 간식을 넘어 세대를 잇는 감성의 기억이자, 그 안에 깃든 철학과 기술·감성·지속가능성까지, 브랜드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었죠. 비크닉이 현장을 찾아 50살이 된 가나 초콜릿의 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예술에서 시작된 달콤함, 가나의 시간들

당시 브랜드를 만든 철학은 이번 전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바로 ‘초콜릿은 예술’이라는 메시지죠.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제품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때만 해도 초콜릿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수입 간식이었는데, 그는 “누구나 품질 좋은 초콜릿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고, 100년 전통의 스위스 기술진을 초빙했어요. 고가의 수입 설비도 아낌없이 들였고요.


물론 위기의 순간도 찾아왔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카카오 작황 부진과 가격 급등 같은 이슈는 초콜릿 산업 전체를 흔드니까요. 특히 지난해부터는 국제 코코아 시세가 톤당 1만2000달러를 넘으며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기후변화와 병충해로 인한 서아프리카 지역의 카카오 생산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기술이 지켜낸 감성, 정직하게 쌓은 단맛

‘기술 없는 감성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일까요. 회사의 기술 혁신과 품질 고집은 브랜드 성장의 든든한 기반이었어요. 1984년 도입한 ‘마이크로 그라인딩(초정밀 분쇄)’ 공법은 카카오를 밀가루보다 더 고운 입자로 갈아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했고, 1996년엔 유럽식 ‘BTC(Better Taste & Color)’ 공법을 도입해 맛의 완성도를 높였죠.
지금은 카카오 원두 수급부터 로스팅·콘칭·몰딩·완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빈투바(Bean to Bar)’ 시스템 안에서 이 모든 게 이뤄지고 있어요. 국내 대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이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요.
맛의 기억을 재정의하다, 디저트가 된 초콜릿

진화의 방향은 분명했어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시대 흐름과 소비자 취향에 맞추자는 것이었죠.

올해는 가나 초콜릿 50주년을 맞아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요. 안성재 셰프와 함께한 이번 캠페인은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어요. 더 깊고 진한 카카오 풍미를 구현해 고급 디저트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였죠.
맛보다 더 진한 진심…‘착한 초콜릿’으로

올해부터는 전체 카카오빈 중 약 30%를 지속가능 방식으로 재배한 ‘서스테이너블 카카오빈’으로 전환했고, 앞으로는 전량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최낙현 가나 마케팅팀 팀장은 “아프리카 가나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상생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며 “초콜릿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꾀하는 장기적 ESG 전략”이라고 설명했어요.

김세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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