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북한 해상전력 강화 목적은 보복 핵공격 능력 확보"
구식 노후 함정 대체할 신형 전함 생산…핵잠수함도 건조중
구식 노후 함정 대체할 신형 전함 생산…핵잠수함도 건조중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북한이 해상 전력을 보강해 '제2격'(second strike·상대편의 선제 핵공격을 받은 후에 하는 보복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WSJ는 24일자(현지시간) 지면에 실은 '김정은, 북한군 현대화를 재촉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흘 전 발생한 구축함 진수 실패 사고를 소개하면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북한은 지난 21일 청진조선소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건조한 5천t급 구축함 진수식을 열었으나 함정을 제대로 물에 띄우지 못하고 크게 파손시켰다.
이 구축함은 현재 바다에 기울어져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사고 다음날인 22일 이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고 사고를 주민들에게 알렸다.
WSJ는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정보가 억압되는 사회 중 하나인 북한에서 이처럼(북한 당국이 구축함 진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김정은이 해군 전력 증강을 얼마나 긴요한 것으로 보는지 잘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WSJ는 그러면서 한국군 평가를 인용해 북한 해군의 외형상 규모가 병력 6만명, 전함 420척, 잠수함 70척에 이르지만 실제로는 해안 경비대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북한 해군 전력은 함정이 노후하고 무기 시스템도 구식이어서 먼 바다에서 작전할 능력은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5천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를 진수했으며, 이번에 진수에 실패한 구축함도 이와 동급으로 추정된다.
이 구축함들의 길이는 약 144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전함 중 하나인 미국 해군의 'USS 제럴드 R. 포드'의 절반 수준이다.
북한이 이런 대형 현대식 전함들을 공개한 것은 현재 북한 해군 함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옛 소련 시절 건조된 구형 전함들을 대체하고 해군 전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현호는 수직발사장치(VLS)를 갖춘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대공·대함·대잠·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과 지상공격용순항미사일(LACM), 전술 탄도미사일 등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현호에는 러시아제 방공시스템도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과 핵무기를 보유하는 등 지상 기반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런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해군 전력을 증강함으로써 '제2격'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해군 전력에 맞서려면 탐지가 불가능하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갖춰야 할 터이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개발을 군사분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은 WSJ에 북한이 핵잠수함을 실제로 배치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며 지난 21일 사고로 신형 전함을 시험하고 장비를 설치하는 일정이 더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제한된 작전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해군 함정들을 공개함으로써 공격을 위한 해상 능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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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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