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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영혼마저 가자 땅굴 갇힐까"…593일째 멈춘 아버지의 시간

이스라엘 인질 가족 인터뷰…아들 생사도 모른채 하염없는 기다림 "더이상 동정 아닌 행동 필요"…6·25전쟁 이산가족 언급 韓도움 요청 "네타냐후, 인질이 1순위 아니야"…"가자 지상전 확대 반대"

"아들 영혼마저 가자 땅굴 갇힐까"…593일째 멈춘 아버지의 시간
이스라엘 인질 가족 인터뷰…아들 생사도 모른채 하염없는 기다림
"더이상 동정 아닌 행동 필요"…6·25전쟁 이산가족 언급 韓도움 요청
"네타냐후, 인질이 1순위 아니야"…"가자 지상전 확대 반대"

(텔아비브=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평행 우주가 있다면, 우리는 한밤중에 일어나서 함께 미국프로농구(NBA) 게임을 보고 있겠죠."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군 복무 도중 하마스의 공격을 당한 뒤 실종된 아들 이타이 첸(19)을 기다리는 아버지 루비 첸은 593일째 이어진 긴 기다림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시내의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우리는 더 이상 동정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행동"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국제 사회가 인질 문제 해결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이타이는 18살이 되자 미국으로 대학을 가는 대신 이스라엘군(IDF)에 입대를 택했다.
IDF에서 가자지구 접경지를 지키는 일명 '라이언 킹' 탱크 부대에 소속된 이타이는 하마스 공격 당일 목숨을 잃은 채로 가자지구에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이타이의 소재나 사망 여부 등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데, 가족들은 그의 시신이 돌아올 때까지 그의 장례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이타이의 어머니 하깃은 아들이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아버지 루비는 이타이의 생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며 생존 인질 뿐 아니라 숨진 인질의 시신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공격 당시 251명을 가자지구로 납치했으며 이 중 148명은 이후 인질 협상 등을 통해 석방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현재 가자지구에 약 58명이 인질로 잡혀 있으며 그 중 약 21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루비는 유대교에서 죽은 이의 육신은 영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담는 '그릇'이라면서 시신 송환은 고인의 영원한 휴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영혼이 가자지구 어딘가에 갇힌 채로 그 위에 고층 건물들이 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 사업가로 일하던 루비는 농구를 좋아하던 둘째 아들이 숨진 채 차가운 가자지구 땅굴에 누워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는 두 팔을 걷어 붙이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17개월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을 만나 인질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며,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루비는 대부분 인질 가족들은 하마스 뿐 아니라 가자 전쟁을 끝내지 않는 자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라면서 자신들의 비극이 국내외 정치에 휘말리는 상황만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일을 정치적 이슈로 전환하길 바라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그저 누군가의 가족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내세운 전쟁 목표인 하마스 제거와 인질 석방 중에서 인질 문제가 우선순위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는 한국에서도 6·25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일을 언급하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에 압박을 가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가자 전쟁을 끝내고 남은 인질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 작전을 개시하는 등 여전히 전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투가 격화하면서 가장 속이 타는 것은 역시 포성 속에 남겨져 있을 인질의 가족들이다.
현재 가자지구에 생존한 채로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군인 님로드 코헨의 어머니는 이날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을 통해 낸 성명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확대에 반대한다"면서 "이는 우리 인질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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