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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급증에 구축함 쓰러졌는데…하급간부까지 '피의 숙청'

북한이 구축함 진수 사고 나흘 만에 관련 실무진들을 대거 구속하는 등 발 빠른 ‘수습 모드’에 돌입했다. 해군력 강화를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급증 때문에 벌어진 사고를 대규모 숙청으로 덮으며 속도전 기조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셈이다. 이 같은 행보를 놓고 빠른 시일 내 해상에서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전술핵 선제 사용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월 25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죄과 무마시킬 수 없어”…‘피의 숙청’ 기정사실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25일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구축함 진수 사고와 관련한 조사 사업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며 “청진조선소 기사장 강정철, 선체총조립직장 직장장 한경학, 행정부지배인 김용학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건조한 5000t급(최현급) 구축함을 진수하다가 침수 사고를 냈다. 건조된 구축함을 대차에 올려 횡진수 방식으로 바다에 띄우는 과정에서 선미가 먼저 바다에 빠져 선체가 옆으로 넘어졌다. 당시 김정은은 "범죄적 행위"라며 격노했다.

북한은 곧바로 사고 조사와 관련자 문책에 착수했다. 북한 매체는 지난 23일 '구축함 진수 사고조사그룹'이 조사에 나서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을 법기관에 소환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아무리 (침수 후) 함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해도 이번 사고가 용납될 수 없는 범죄적 행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책임있는 자들은 절대로 자기들의 죄과를 무마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하급 간부 3명에 대한 구속 사실을 공개하며 대규모 ‘피의 숙청’을 기정사실화했다.



일정부터 무리였던 횡진수…김정은의 조급증


북한 당국은 실무진까지 문책하며 이번 사고 원인을 내부 기강 해이로 돌리려 하지만, 실제로는 김정은의 독촉이 화근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5일 최현호를 진수한 뒤 약 한 달 만에 동급 함정 진수에 나서는 일정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이다.

특히 최현호가 진수된 서해 남포조선소와 달리 청진조선소에 적절한 플로팅도크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도크 내 해수를 유입시켜 진수하는 도크 진수는 비교적 손쉬운 방식이지만, 설비 마련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플로팅도크 없이 대차에 올려 이동시키는 횡진수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대신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제시한 일정을 맞추려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최현급 2호에 횡진수 방식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미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사고 당일 구축함 원상 복구에 대해 “당중앙위원회 6월 전원회의 전으로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북한 매체 역시 “추가로 확인된 함의 피해상황은 없으며 현지 복구 추진조는 복구계획을 일정대로 추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8~29일 진행된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 첫 무장 시험사격을 딸 주애와 참관했다. 조선중앙통신

군 안팎에선 일련의 조치가 김정은의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올해 노동당 창건 80주년(10월10일), 내년 초 9차 노동당 대회 등 중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해군력 강화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게 김정은의 구상일 수 있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1월 수직발사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시험발사하는가 하면 3월에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육·해·공이 아니라 해·육·공이라고 불려야 한다. 해군이 자주권 수호에 제일 큰 몫을 해야 한다”는 2023년 8월 김정은의 발언을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려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염두에 두고 파병에 대한 대가 지급을 신형 군함의 무장체계 등 해군력 강화 관련 기술로 받기 위해 러시아를 독촉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복 ‘2격’은 물론 핵 선제 사용 ‘공세적 핵교리’ 위한 포석


김정은이 노리는 건 해상 반격이 가능한 2격 능력 확보라는 시각도 있다. 단순 확증보복 차원을 넘어 유사시 핵 선제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공세적 핵교리를 바다에서 구현하는 게 김정은의 우선순위가 됐다는 해석으로도 읽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지난 24일자(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지상 기반 능력에 더해 해군 전력을 강화함으로써 바다에서도 보복 타격이 가능한 제2격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정보 통제가 가장 심한 북한이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김정은이 해군력 강화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 진수 사흘 만에 진행된 첫 무장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해군의 핵무장화'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미사일총국, 국방과학원, 탐지전자전총국이 구축함 최현호에 탑재된 무장체계의 성능 및 전투 적용성 시험에 착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미 당국도 북한이 최근 미 본토 위협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지난 1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2025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은 동북아시아의 미군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수단을 보유했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강화함에 따라 수십 년 사이 가장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밝혔다. DIA는 또 “북한이 특수부대를 러시아에 파병해 현대전 교훈을 얻었다”며 “러시아로부터 SA-22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전자전 장비 등의 무기 지원을 확실히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평.김자명([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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