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히잡 의무화' 법률 당분간 공포 않기로
이란, '여성 히잡 의무화' 법률 당분간 공포 않기로(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란 당국이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시 강력히 처벌하는 새 법률을 당분간 공포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마즐리스(의회) 의장에 따르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른바 '히잡과 순결 법'을 공포하자는 의회의 요청에 대해 "당분간 이를 공포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앞서 SNSC는 작년 12월 발효할 예정이던 이 법률의 시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란 의회 강경파가 주도해 2023년 8월 통과돼 지난해 9월 헌법수호위원회가 승인한 이 법률의 정식 명칭은 '순결 및 히잡 문화의 증진을 통한 가족 지원법'이다.
이 법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복장 규정을 어기는 여성에게 10년 이하 징역형을, 재범자 등에게 15년 이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무거운 처벌을 규정했다.
반복적으로 히잡 착용 규칙을 어긴 여성의 해외 출국을 금지하고, 9∼15세 아동에 대한 구금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기업에 대해서도 규칙 위반자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히잡의 착용 방식도 머리카락은 물론 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엄격하게 요구한다.
이번에 시행이 보류된 새 법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기존 법률보다 처벌 수위를 더 높히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이에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나서 "모호하고 개혁이 필요하다"며 법률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란에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신정일치 체제가 되면서 초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지시로 여성의 히잡 착용이 법제화됐지만 여성 인권 침해의 상징이었고 사회 갈등의 요인이었다.
2022년 9월 당시 22세였던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불붙는 일이 벌어졌다.
작년 11월에는 이란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학교 이슬람아자드대학교 이과대학 캠퍼스 내에서 한 여학생이 히잡 단속에 항의하는 뜻으로 겉옷을 벗고 시위하다가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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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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