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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블라인드 선거, 블라인드 사고법

허정원 증권부 기자
오는 6·3 조기 대통령 선거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치른다고 상상해보자. 규칙은 이렇다. 먼저 정당이 경선을 치를 때부터 후보들의 이름·나이·경력 등 정보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만 제출하고 당원·국민에겐 비공개로 한다. 후보자는 후보1·후보2 등 코드로만 구분하고, 공약·가치관·비전 등은 서면·영상만으로 알리게 해 역시 후보 신상을 모르게 한다. 당 선관위가 정책자료를 정리해 당원 및 국민에게 공개하고, 토론회·질의응답도 정책 내용으로만 진행한다. 인공지능(AI) 음성·영상 등을 활용해 신상 노출을 막고 후보들의 사회관계망(SNS) 활동 등 외부 홍보는 제한한다. 대선뿐 아니라 총선도 같은 방식으로 한다.

25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다시 만들 세계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청소년들이 원하는 대선공약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소 황당한 제안이지만 기대되는 면이 있다. 바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표’ 방지다. 지지할 후보는 고정해두고 무슨 공약을 하든 긍정적으로 해석해, 유권자 본인이 진정으로 지향하는 가치보단 사람에 충성하는 결과를 낳는 게 아묻따 투표다. 만약 블라인드 선거로 평소 지지하던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 투표하게 됐다면 이제 아묻따 투표와는 결별이다. 유권자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새삼 자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혐오도 완화할 수 있다.

정치 신인을 발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후보·정당의 인지도가 아닌 정책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니, 소수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후보가 정계에 진출할 수 있어서다. 후보들도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무엇보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이유가 사라진다.

자 이제 실전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A 후보는 “기초연금을 70만원 인상하고, 연 100만원으로 병원비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B 후보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받고 있는 건강보험·실업급여·정착지원금 등을 축소해 이를 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C 후보는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과 허위신고로부터 교권·학습권을 보호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느 후보를 선택하겠는가.

내친김에 블라인드 선거를 블라인드 사고법으로 확대해 보면 어떨까. 일상 속에서 정치적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익명화하고 인물들 간 관계를 각색한 응용문제다.

D 대통령에겐 처남이 있었다. D 대통령은 취임 후 자기가 잘 아는 같은 당 정치인인 E에게 처남을 취직 좀 시켜주십사 부탁했다. E는 흔쾌히 자기 회사에 처남을 취직시켜 주고 생활비도 얼마간 지원해줬다. 나중에 E는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도 되고 공공기관장도 했다. E가 처남에게 제공한 취업 기회와 생활비는 D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볼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온 적이 없다. 블라인드 사고법으로 한번 판단해보자.





허정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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