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의 시시각각] 유권자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그새 뭐가 달라진 것일까. 적어도 보수 진영의 사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부정선거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를 봤다. 계엄의 당위성을 시위하려는 듯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김 후보는 외면한다. 이준석 후보는 처음으로 지지율 10%를 넘겼지만 단일화엔 선을 긋고 있다. 계엄에 반대하고 내란 세력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의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답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외치는 이재명 후보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선거 2주 앞두고 여론 추이 급변
계엄 반대 그대로인데 표심 요동
민주당 법원 압박에 의구심 커져
계엄 반대 그대로인데 표심 요동
민주당 법원 압박에 의구심 커져
이 후보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존과 소통의 문화를 되살리는 것이 내란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23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는 탈원전과 복지 확대 문제에 대해 “제 생각은 그렇지만 예산 여건상 당장 할 수 없다”며 실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말과 주장의 신빙성을 갉아먹는 언행이 불쑥불쑥 나온다. 특히 본인의 안위와 연결되는 사안에서는 폭발한다. 그래서 어느 쪽이 진심인지 헷갈린다. 대표적인 것이 법원에 대한 압박이다. 민주당은 고법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입에 침이 마르도록 법원을 칭찬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한 달 만에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표변했다. 대법원 청문회를 강행했고, 다수 의견을 쓴 대법관 10명에 대한 탄핵을 언급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도 강행하겠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대법관을 30명 선으로 증원하고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등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했다. 당장 “김어준도 임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신중해야 한다”며 당내에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선거운동 초반 이 후보 측 기류는 ‘부자 몸조심’이었다. 논쟁이 될 사안은 언급을 피해 설화(舌禍)의 소지를 애초에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다 지지율이 오르고 격차가 넉넉하게 벌어지자 강경 발언이 슬금슬금 나왔다. 지금도 그런데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전임 대통령이 당선 후 불통과 몰상식으로 일관한 것을 지켜봐야 했던 유권자로서는 괜한 우려가 아니다. 이게 선거 구도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이 요동친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많은 나라에서 총칼이 아닌 권력기관, 특히 사법부 장악을 시작으로 합법적인 독재의 길을 열어온 사례를 목격했다. 시작은 청결한 법원을 만든다는 목표였지만 결국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방편이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는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렸는데, 이후 대법원은 정부에 반대하는 판결을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혹시 민주당은 말로는 내란 종식을 외치며 마음속으로는 이런 모습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혹여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책으로 경쟁해 유권자로부터 판정승을 얻어내는 것이 행동의 한계치다. 마음을 감추고 말조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마음속 깊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 뜬금없는 계엄 때문에 치르는 조기 대선을 8일 앞두고도 흔들리는 유권자의 마음일 것이다.
최현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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