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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외국학생 차단' 압박에 美대학가 긴장…"美에 치명적"

MIT총장, 정부의 유학생 등록 취소 조처에 "깊은 충격…지금은 중대 시기" 反유대주의 빌미 정부입김 확대…미국인 명문대 입학문 좁아져 보수층 불만

트럼프의 '외국학생 차단' 압박에 美대학가 긴장…"美에 치명적"
MIT총장, 정부의 유학생 등록 취소 조처에 "깊은 충격…지금은 중대 시기"
反유대주의 빌미 정부입김 확대…미국인 명문대 입학문 좁아져 보수층 불만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것이 미국 대학가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지금은 하버드대를 향하고 있지만, 미국 엘리트 대학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지지 세력의 불만이 언제든 다른 대학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학의 지도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치 하나만으로 해외 학생 등록이 차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조치는 현재 법원 명령으로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샐리 콘블루스 총장은 지난 22일 행정부의 조치가 나온 직후 낸 메시지에서 "깊은 충격 속에 이 글을 쓴다"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콘블루스 총장은 "지금은 중대한 시기"라며 "국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없다면 MIT는 MIT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을 내세우며 교내 정책 변경 및 정부의 학내 인사권 개입 등을 요구해왔고, 하버드대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 세력들이 미국 명문 대학들에 대해 진보 성향으로 편향됐다는 주장과 함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해왔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반유대주의 근절을 명분으로 삼아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학·채용 과정에 정부 입김을 강화해 DEI 정책 폐기를 압박하고 진보주의 성향의 구성원이 학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 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의 존 오브리 더글러스 선임 연구원은 "현재의 타깃은 하버드대이지만, 이는 곧 미국의 모든 주요 대학의 자율성을 침식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이자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어 "학문적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오는 게 점점 더 위축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를 묻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해 이번 하버드대 조치가 다른 대학들을 향해 보내는 '본보기 사례'임을 명확히 했다.

NYT는 또한 일부 보수 진영은 미국 주요 대학에서 국제 학생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 학생들이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제이 그린 교육정책센터 선임 연구원은 "미국의 중상류층 자녀들이 하버드대 같은 곳에 들어가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더 많은 정원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면서 미국 학생 정원은 더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린 연구원은 애초 국제 학생 연수 프로그램이 학문적 관점 확대를 통해 미국 고등교육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미국의 정치적 가치를 전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겨 도입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목표가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학생 유입이 충분히 커지면서 고등교육에서 미국인에게 이용할 수 있는 관점을 확장하기보다 전 세계의 다른 관점들이 (미국인을) 지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전국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이다. 다만, 학생들이 입학을 선호하는 주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중은 이보다 높다.
뉴욕대의 경우 전체 학생의 약 3분의 1이 유학생이며, 역시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 역시 5분의 2가 유학생이다.
하버드대 국제 오피스 통계(2024∼2025학년도 기준)에 따르면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약 6천800명이다.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버드대에 등록된 한인 학생 및 연구자는 총 434명이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생은 252명, 연구자(교환방문자)는 18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면서 유학을 떠나려는 다른 나라 학생들이 미국 외에 다른 국가를 고려하는 경향도 감지된다.
대학입학 상담사인 하피즈 라카니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 때문에 미국보다 영국이나 캐나다를 선택하는 국제 학생들이 있다고 전했다.
라카니는 "이번 조치는 하버드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제 인재들에게 문을 닫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국제 학생들에게 환영받는 곳이 아니라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낸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는 미국 국내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할 기회를 더 많이 열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유입이 미국에 막대한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 비영리 국제 교육자 협회(NAFSA)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기준으로 총 110만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수학 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이 기간 등록금과 주거비, 생활비 등을 통해 미국에 약 430억달러(약 59조원)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미 전역에 37만8천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했다고 이 기관은 평가했다.
주(州)별 국제학생 수는 캘리포니아(14만858명), 뉴욕(13만5천813명), 텍사스(8만9천546명), 매사추세츠(8만2천306명) 순으로 많았다.
캘리포니아 등지에선 공립대학들이 주 교육 기금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유학생들은 통상 등록금 전액을 내는 경우가 많아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된다.
놈 국토안보장관은 지난 22일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등록시키고 그들의 높은 등록금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학기금을 불리는 혜택을 누리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하버드 등 일부 사립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미국인 학생과 똑같은 기준으로 학자금 지원을 하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 등록이 재정 확대에 기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를 상대로 면세 혜택 취소 위협, 연구 지원금 삭감 및 동결에 이어 지난 22일에는 유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을 취소하는 등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이에 하버드대는 정부를 상대로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이 하버드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SEVP 인증 취소 효력은 일단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에 학생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몇몇 국가는 미국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고, 그들의 학생을 교육하는 데 한 푼도 쓰지 않고 있으며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면서 "누구도 우리에게 이(외국인 학생이 몇 명인지)를 말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들 외국인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우리가 하버드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한 만큼 이는 합리적인 요구"라면서 "하지만 하버드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과 국적을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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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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