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나도 4살 둔 엄마…제이미맘, 한가인 겨냥 아니다"

개그우먼 이수지(41)는 자식 교육에 몰두한 강남 엄마 캐릭터인 ‘제이미맘’을 따라하는 초등학생을 보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채널에 올린 제이미맘 영상은 5일만에 조회수 229만 뷰를 돌파했다. 특히 명품 옷을 입고 ‘생활 속 갑질’을 하는 장면에 많은 공감 댓글이 쏟아졌다. 올초에는 제이미맘의 겨울 패션으로 선보였던 몽클레어 패딩이 중고시장 매물로 쏟아지면서 ‘손절템’, ‘명품킬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제이미맘의 인기에 ‘육즙수지’·‘인플루언서 슈블리맘’·‘백두장군’·‘인간 AI’·‘교포제니’ 등 이수지의 다채로운 부캐릭터도 함께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트로피까지 거머쥐면서 자타공인 대세 예능인으로 인정받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수지는 “시상식에 3년 연속 후보로 참석하면서 올해는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막상 받으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긴장됐다. ‘지독하게 잘한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덕분에 다양한 것을 시도하면서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수지는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황해’에서 어눌한 한국어로 보이스피싱을 하는 ‘린쟈오밍’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가수 싸이·배우 김고은 성대모사까지 섭렵하며 ‘천의 얼굴’이라 불렸다. KBS 연예대상 신인상(2014), 우수상(2015), 최우수상(2016)을 모두 받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2020년 ‘개그콘서트’ 폐지(2023년부터 다시 방송 중)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2021년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고정 크루로 합류하기 전까지 1년 반의 공백기가 있었다. 이수지는 “무대에 다시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많이 울었다. 그때마다 힘이 되어준 건 남편”이라며 “방송일을 하는 남편이 매일 아이디어를 내주고 오디션을 보라고 응원해줬다”고 했다. 이어 “배우 염혜란처럼 감동을 줄 수 있는 정극도 욕심난다. 정극 제안을 받고 논의 중인 작품도 있는데 아직은 연습을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며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이수지와의 일문일답.
Q : 최근 인기를 실감하나.
A : “시즌제로 가는 ‘SNL 코리아’의 공백을 채워보려고 만든 유튜브 채널이 잘 되어서 행복하다. 내 캐릭터를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던 채널이다.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쉬는 날인데, 요즘은 매일 일이 있어서 행복하다.”
Q : 원래 개그맨이 꿈이었나.
A : “중학교 때 연극배우를 꿈꾸며 연극반에 들어갔는데 자꾸 감초역할만 시키더라. 고등학생 때엔 선생님 성대모사를 하면서 친구들을 웃겼고, 장기자랑 때는 7분 개그 코너를 짜서 나가기도 했다. 내가 주변을 잘 관찰하고 따라하는 재능이 있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지금도 마트나 식당에 가면 주변을 항상 체크하고 재미있는 소재가 있으면 메모한다.”

Q : 캐릭터와 콘텐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A :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그 공감을 극대화하면서 웃음포인트를 만들고 디테일을 찾는다. 영상에 나오는 명품들은 지인에게 빌렸다. 목에 꽉 끼는 목걸이, 걷기 힘들 정도로 작은 슬리퍼와 같은 포인트들은 꾸며내지 않은 실제 상황이었다.”
Q : 4세 아들을 둔 엄마인데 ‘제이미맘’과 비슷한 점이 있는지.
A : “아이가 4세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나도 없다. 일단 말투부터 다르다. 제이미맘은 꾸며낸 말투지만, 실제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실제 성격은 식당에서 김치 더 달라는 말도 잘 못하는 내향인이다.”
Q : 개그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A : “특정인물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배우 한가인을 언급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굉장히 아쉬웠고 죄송했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지점들을 섬세하게 체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렇지만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미리 선을 그어가며 창작하고 싶진 않다. 다수가 웃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다음에 문턱을 넘어가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고자 한다.”
Q : 가장 애착가는 캐릭터와 가장 따라하기 쉬운 캐릭터는.
A : “29세에 만든 린쟈오밍이다. 오디션 때 했던 KBS 주변 식당 아주머니 성대모사를 발전시킨 건데, 10년 이상 하면서 정이 들었다. 또 개그우먼 이수지라는 이름을 알리게 해준 캐릭터라 애착이 간다. 가장 따라하기 쉬운 건 싸이다. 그냥 얼굴이 닮아서 이마만 보여주면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마르셔서 내가 살을 조금 빼야 더 닮았다.”
Q : 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이 있다면.
A : “김구라 선배님이 해줬던 ‘지독하게 잘한다’는 칭찬이다. 이제는 댓글에서도 자주 보여서 행복하다. 믿음이 간다는 의미로 들려서 뿌듯하다.”
Q : 도전하고 싶은 꿈은.
A : “정극연기를 몇 번 경험하면서 ‘코미디 무대와는 에너지 쓰임이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다. 제대로 배워서 정말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을 배우고 따라해 보는 과정들이 정말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다양하게 도전하려고 한다.”
황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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