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재소환된 'RE100' 논쟁…탈탈원전에 뜨는 '무탄소에너지'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3일 2차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RE100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선진국에서도 원전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을 중심에 두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것만 산다는 원칙을 정했는데, 우리가 못하면 수출을 못하는 것”며 “(통상) 현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상 조건으로 내건 현실을 한국 기업들이 따라가지 못하면 수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의 주장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CFE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하는 RE100과 달리, CFE는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CFE 제도화를 추진했고, 지금까지 영국·일본·UAE(아랍에미리트) 등 주요국이 지지 선언을 했다. 이달 6일(현지시간)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참여한 미국 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CEBA)도 CFE 이니셔티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원전 확대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제는 원자력 시대”라며,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고 신규 원자력 발전소 허가 결정을 18개월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탈원전’을 외쳤던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선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최근 원전 신규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벨기에·덴마크·이탈리아 등도 원자력 활용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부각되고, 원자력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결과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흐름은 여전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수출기업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무협은 “공급망을 포함해 탄소중립 경쟁력을 획득하려는 고객사 수요가 짙어지면서 재생에너지 조달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결국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보수는 원자력, 진보는 재생에너지’라는 식의 정치적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설계해야 지속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수급하기엔 기술이 부족하고, 원자력 비중만 키우는 것도 위험하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다양한 에너지원 조합)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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