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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스타일'은 맞는데 몰입감이 아쉽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


영화 '페니키안 스킴'의 한 장면.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아."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팔이 부러지고 얼굴이 상처로 퉁퉁 부은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이 이렇게 말한다. 추락 사고를 여섯 번이나 당하고 지속해서 암살 위협을 받는 이 사람은 거물 사업가 자자 코다(베니시오 델 토로)다. 돈이 많으니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고, 다쳐 침대에 누워 있어도 간호사 대여섯 명의 보살핌을 받지만, 돈이 많은 만큼 세상엔 그의 생명을 노리고 사업을 방해하고자 하는 적(敵) 투성이다. 그럼에도 야심 가득한 사업 구상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죽을 뻔한 위험을 계속 맞이하면서도 이렇게 되뇌인다.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매혹적인 시각 연출과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팬층을 거느린 웨스 앤더슨 감독이 신작 영화 '페니키안 스킴(The Phoenician Scheme)'(28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앤더슨 감독은 데뷔작 '바틀 로켓'으로 주목 받고 '로얄 테넌바움',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등을 속속 선보이며 주목 받은 인물. 무엇보다도 독창적인 시각 연출로 이른바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웨스 앤더슨 스타일'은, 동화책에서 툭 튀어나온 듯이 비현실적인 자연과 복고풍 건물들, 파스텔 톤의 색감과 자로 잰 듯한 독특한 패션 등이 특징이다.

등장인물들도 어딘가 모두 엉뚱하다. 그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의 대표작으로, 201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약 83만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의 한 장면, 웨스 앤더슨 특유의 복고풍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사진 유니버설픽처스]
'페니키안 스킴'은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거물 사업가 자자가 경쟁자들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는 가운데, 종신 선언을 앞둔 수련 수녀인 외동딸 리즐(미아 트리플턴)과 가정교사 비욘(마이클 세라)을 데리고 자신의 숙원 사업인 '페니키안 스킴'을 완수하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다룬다. 그것을 '여정'이라고 하기엔 벌어지는 상황이 지나치게 장난스럽고, 모험이라고 하기엔 그가 이루려는 프로젝트가 목표가 너무 사업적, 즉 자본주의적이다. 배급사는 이 영화를 본격 첩보 스릴러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 장르를 내세운 것조차 앤더슨 스타일의 농담같다.

자자는 자신의 사업 계획 '페니키아 스킴'을 이루기 위해 적들과 차례로 만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상 아닌 협상을 시도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자 자신부터 그와 동행하는 딸 리즐, 가정 교사로 고용된 곤충 박사 비욘이 지닌 엉뚱한 캐릭터에서 나온다. 자자는 목욕 중이나 추락 직전의 비행기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이고,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면 수류탄을 선물로 건넨다. 수련 수녀 리즐은 보석으로 장식된 묵주와 단도를 가지고 다니고, 비욘은 알고 보니 평범한 박사가 아니다. 이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엔 폭죽처럼 터지는 유머가 담겼다.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베니딕트 컴버배치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이 코믹한 역할을 맡아 짧게 등장하고 빠지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식의 완벽한 동화 같은 모험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아쉬움을 떨칠 수 없을 듯하다. 아름답고, 웃기고, 엉뚱한 매력이 있기는 한데 극의 몰입도는 전작들만큼 높지 않다. 극의 전개에서 앤더슨 감독의 매력이 하나로 탄탄하게 연결돼 '보물'이 되지 못하고 흩어진 구슬들이 됐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 '페니키안 스킴'.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그런데도 주역을 맡은 베니시오 델 토로와 미아 트리플턴의 연기와 매력은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특히 배우 케이트 윈슬렛의 딸로 리즐 역할을 맡은 트리플턴은 뚱한 표정, 달콤하고 살벌한 반전 매력의 연기로 새로운 스타 배우의 등장을 알렸다. 또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 모진 과정을 겪은 끝에 주인공 자자가 얻은 엔딩도 흥미진진하고 따뜻한 매력이 있다.

'페니키안 스킴'은 최근 폐막한 제78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상영됐으며, 상영 후 객석의 박수갈채가 6분 30초 동안 이어졌다고 보도됐다. 자기만의 뚜렷한 색채를 지닌 작품을 추구하는 감독,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스태프와 배우들에 대한 존중과 경의의 표현이다. 속사포 같은 개그 대사를 음미하고, 각 장면을 자세히 다시 뜯어 보면 혹시 더 재미있을까. 아니면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작품으로 남을까. 국내 영화 팬들이 응답할 차례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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