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복귀 않겠다는 전공의들…"차기정부와 합의 보자"

사직 전공의의 복귀를 위해 열린 추가모집의 마감이 임박했지만, 복귀 움직임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전공의 사이에서 ‘대선 후에 차기 정부와 협상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탓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의료계 내부에선 이같은 예상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추가모집을 진행 중인 전국 수련병원들은 오는 27일 오후 접수를 마감한다. 이번 추가모집은 정부가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의료계의 건의를 수용해 열렸다. 통상 전공의 모집은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이뤄지는데, 의료계 단체들에서 전문의 수급 차질 등을 우려해 추가모집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수련받은 것으로 인정하고,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군 미필자는 수련 도중 입대하지 않도록 최대한 병무청과 협의하고, 입대하더라도 제대 후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정원(TO)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복귀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들이 지난 24일까지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10여명 중 ‘복귀하겠다’는 비율은 약 10%에 그쳤다. 다른 병원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빅5'(서울 5대 대형병원) 중 한 곳의 관계자도 “아직 뚜렷한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사이에서는 이번 추가모집에 응하는 대신, 곧 들어설 차기 정부와 협상한 뒤 9월 하반기 모집 때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대선 전 복귀는 우리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위기”라며 “이번 추가모집에서 제시된 특례가 충분치 않고, 차기 정부가 9월 모집 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거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원점 재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치권과 물밑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전공의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대화방 등에서는 “대전협이 다음 특례는 더 좋은 조건으로 열리도록 준비 중”, “이재명·김문수 (대선후보) 등이 필수의료 패키지 원점 재논의 등에 동의했다. 현 정부보다 협상 조건을 더 좋게 제시하고 있어서 대선 전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이 퍼진 바 있다.

현재 사직 전공의 다수가 동네의원 등에 취업한 상태인 점도 복귀를 미루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레지던트의 61.4%(8791명 중 5399명)가 일반의(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의사)로 취업한 상태로 나타났다.
사직 전공의 B씨는 “어차피 개원가에 취직해 돈을 벌고 있는 전공의들이 대부분”이라며 “언젠가 전문의를 따고 싶더라도 굳이 대세를 거스르면서 이번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와 달리, 향후 정부에서 전공의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전망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과 대전협의 물밑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표된 내용 외에 (대전협 등과) 다른 내용의 협상이나 약속을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관심사와 환자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데, 공개적인 논의 과정 없이 밀실에서 협상하거나 약속할 수는 없다”면서 “전공의들은 이번에 복귀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한 의료계 단체 관계자는 “지금이야 선거 중이니 (대선후보 측에서) 이것저것 다 해준다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정권을 잡고 난 뒤에는 어떨지는 모르는 것”이라며 “이번 모집이 마지막 기회로 보이는데 (전공의들이) 헛된 기대를 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이 최소 1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추가모집을 통해 복귀하는 전공의 중 수련 마지막 연차(레지던트 3~4년차)인 이들은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한 뒤 3개월 추가 수련을 거치면 전문의가 된다. 반면 9월에 복귀하는 이들은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가 어렵다.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9월에 복귀하는 이들은 수련 기간이 부족하므로 내년 2월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줄 수 없다”며 “내후년(2027년)에 시험을 봐야 한다. 내년도에 추가 시험 일정을 여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남수현.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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