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일본의 대미 협상카드? K조선 쇄빙LNG선 기술이 더 앞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25일 교토에서 기자들과 만나 “쇄빙선은 일본이 (미국보다) 상당한 기술 우위에 있다”며 “북극항로를 포함해 쇄빙선이 (미·일) 협력의 한 가지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6월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관세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구상인데, 협상 지렛대로 쇄빙선 협력을 내건 것이다.
쇄빙선은 최근 북극항로 개척 필요성이 커지면서 발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류민철 한국해양대학교 교수에 의뢰해 최근 발간한 ‘미국 조선사업 분석 및 한·미 협력에서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7년까지 미국의 쇄빙선 예상발주량은 총 10척이다. 류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유럽~미국 서부 간 운항이 늘어나면 쇄빙선 추가 발주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상선용 쇄빙선을 건조해본 경험이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연구용 쇄빙선을 지어온 일본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쇄빙선은 한·미 관세협상 카드로도 유효하다는 의미다.

쇄빙선은 선체 앞부분을 이용해 얼음을 깨며 나아가는 일반 쇄빙선과 선미에 쇄빙 추진기(포드 프로펄서)를 장착해 양방향으로 해빙을 부수며 나아갈 수 있는 아크(Arc)-7급 이상 쇄빙선으로 나뉜다. ‘아크’는 러시아해사선급협회(RMRS)가 정한 쇄빙 등급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쇄빙 능력이 뛰어나다. 아크-7은 두께 2.1m의 해빙을 뚫고 자력으로 항해할 수 있는데 주로 상선용 대형 쇄빙선에 쓰인다.
한국은 아크-7급 쇄빙선 건조 경험이 많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 전 세계 최초 양방향 쇄빙선(특수 유조선)을 수주한데 이어, 2019년에는 러시아 국영조선소 즈베즈다에게서 아크-7급 쇄빙 LNG운반선 15척을 설계·부분건조하는 계약을 수주했다. 러시아의 쇄빙선, LNG운반선 건조 기술이 부족해 거제조선소에서 지은 선체 각 부분을 러시아에 운반해 최종 건조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4년 러시아 야말 LNG프로젝트에 참여해 15척의 아크-7급 쇄빙 LNG운반선을 수주해 전량 인도했다. 현재는 러시아 등 각국 선주사가 발주한 쇄빙 LNG운반선 6척을 짓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연구·관측용 중소형 쇄빙선 건조 경험만 있다. 남극 탐사용인 ‘시라세’(2009년 취역)와 북극 탐사용인 1만3000t급 ‘미라이2’(2026년 취역 예정) 등이다. 10만t급 이상인 쇄빙 LNG운반선보다 규모가 작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중소 규모 쇄빙선만 만들었기 때문에 대형 쇄빙선 수주를 받아도 시행착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해 북극항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해양수산부]](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6/b5a87c43-2c83-459a-8bf9-c63de1c227c5.jpg)
쇄빙선이 주목받는 것은 북극항로의 상업적 가능성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운송 비용·시간을 30%가량 아낄 수 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로의 경우 북동항로(약 1만5000㎞)를 이용시,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경로(2만㎞)보다 운송거리가 25%가량 줄어든다. 온난화로 2030년 전후면 선박의 연중 항해가 가능해질 거란 분석도 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북극항로 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으로선 북극항로 개척으로 중국·러시아를 군사·전략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도 강하다. 지난 8일 러·중 정상회담에선 ‘북극항로 개발 협력’이 합의문에 명시되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상업·군사적으로 북극 지역에서 밀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으로선 러시아·중국 견제가 필요한데, 쇄빙 기술력은 부족하니 한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국에 선제적으로 협력을 제안하면서 협상을 리드하고, 나아가 공동투자를 통한 북극항로 지분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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