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CCTV 속 수상한 행적…경찰, 한덕수·이상민·최상목 동시 소환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한덕수·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 소환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74일 만이다. 계엄 선포 국무회의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에서 기존 수사기관 진술, 국회 증언 등과 다른 수상한 행적이 포착됐다는 게 이유다.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6일 오전 10시부터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을, 낮 12시부터는 최 전 부총리를 내란 혐의로 소환해 각각 10시간가량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경찰이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 주요 참석자 세 명을 한꺼번에 소환한 건 이들의 진술 등과 객관적 사실이 배치되는 정황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국무회의장으로 쓰였던 대접견실과 대통령 집무실 복도의 CCTV 영상을 최근 경호처로부터 확보했다. 기간은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6시부터 다음날까지다.
국수본 관계자는 “세 사람은 국무회의 당일 행적에 관한 그간 각종 증언과 진술이 CCTV 속 객관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인됐다”며 “그 부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내란 혐의 처벌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세 사람은 모두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전달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 전 부총리는 이른바 ‘비상 입법 기구 쪽지’를 받았다. A4 한장짜리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하게 충분히 확보 뒤 보고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 내용이 담겼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입법권을 수행할 별도 조직을 만들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2월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 얼굴을 보더니 참고하라는 식으로 해서 옆에 누군가(실무자)가 접힌 쪽지 형태로 자료를 줬는데 경황이 없어 안 봤다”며 “이튿날 새벽 1시 50분쯤 계엄 관련 문건이란 걸 알게 됐고 차관보와 함께 ‘무시하기로 했으니 덮어놓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20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일부 국무위원이 계엄령 선포를 찬성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증언에 대해 “기억에 전혀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한 적도, 대통령실에서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무회의의 성격에 대해서도 “안건 배포나 회의록, 행정 서명도 거치지 않았다”며 “국무회의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회의란 것이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은 그동안 “(대통령 집무실에서)1~2분 머물 때 (관련 내용이 담긴) 종이 쪽지를 멀리서 봤다”(2월 11일 탄핵심판)고 주장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이런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 음성은 없어 당사자들 간 대화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들의 행동이 자세하게 담겼다고 한다.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취지의 기존 진술과는 사뭇 다른 행동이 CCTV에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 3명 외에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당시 국무회의엔 한 전 총리 등 10명의 국무위원과 조태용 국정원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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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홍장원·김봉식 비화폰 정보 삭제"

경찰은 지난 1월 3일 윤 전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수사를 위해 최근 비화폰·업무용 휴대전화 총 19대 및 서버 등을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포렌식을 진행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 1월 22일까지의 서버 기록을 복구·확보했다. 비화폰은 통화 내용을 암호화해 도·감청 및 녹음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고, 이틀마다 한 번씩 기록이 삭제되기 때문에 포렌식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는 등 계엄 당시 상황을 정보위원회에 설명한 날이다. 경찰은 그다음 날인 12월 7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직원에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軍)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비화폰 기록 삭제 배후에 김 차장 또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당 비화폰 및 서버의 관리 주체는 경호처이지만, 경찰은 누가 어떻게 해당 내용을 삭제했으며 삭제 관련 지시 관계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한 전 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란 혐의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3월 1일부터의 비화폰 서버 기록을 추가로 복구 및 제출받기로 했다.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을 협조받기로 했고, 기록은 대부분 복구된 상태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서버 기록 시기를 지난해 3월부터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말은 윤 전 대통령이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과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만나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며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서 지목한 시기다.

나운채.이찬규.조수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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