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친구 같은 분"…숨진 제주 사망 교사에 편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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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로 갔으면…내 마음 알지”하던 선생님
“나는 너희가 좋은 길로 갔으면 한다…내마음 알지” 26일 오후 5시 10분 제주시 제주교사노동조합 사무실 한쪽에서 한 학생이 성명을 낭독했다. 제주시내 한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제주 교사의 제자였던 최형준(17·오현고2)군은 A교사를 ‘아버지’혹은 ‘친구’ 같이 우리를 위해 다정하게 조언하신 분으로 기억했다. 이날 최 군은 “안타깝게 우리 곁 떠난 선생님 조금이라도 편히 쉬시길 바란다”며 “선생님께선 학생들에게 선생님 이상의 분이시고,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해 주시던 친구·아버지 같은 의미를 가졌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26일 제주 모 중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옛 제자들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옛 제자들이 A교사를 그리워하며 작성한 편지 50통을 공개했다. 모두 A 교사에게 수업을 받고 졸업해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노조는 “고인이 되신 A교사의 제자들이 선생님을 향한 진심어린 마음과 안타까움을 담았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함께 고인의 뜻을 기억하고 연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유 드린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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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16년 전 제자 “세상의 일부 전해줘 감사”
한 학생은 공개편지를 통해 “선생님은 단지 지식을 전하는 분이 아닌 때론 부모님처럼, 때론 친구처럼, 늘 학생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살피고 조용히 곁을 지켜주시던 분이셨습니다. 진심 어린 눈빛으로 ‘괜찮다’ ‘할 수 있다’고 응원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라며 A교사에 대한 그리움을 썼다. 또 다른 학생은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없도록 진상규명을 확실히 하고, 선생님들의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저희의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는 분이 아니라 든든한 버팀목이셨습니다. ‘교사가 된 제자’로 자신을 소개한 한 제자는 “선생님! 16년 전 중학생이던 저에게 세상의 일부를 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디 편히 쉬세요”라고 쓰며 A 교사를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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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나서야” 결심...하루만에 50통 모여
이런 메시지가 세상에 공개된 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최군의 힘이 컸다. 최군은 “친구에게 선생님의 소식 들었을 때 다리 떨리고 눈물이 흘렀다”며 “선생님 위해서 제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졸업생들이 선생님을 기억해서 추모하는 마음이라 생각하고, 나라도 빨리 나서야겠다고 결심했고, 50통 정도의 글이 하루만에 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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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개인 번호 노출이 원인”...민원창구 일원화 요구
이날 회견에는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제주 교사 사망 사건은 선생님 개인번호가 노출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며 “교육부는 교권 보호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지하게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고, 이런 겉핥기식 대책과 태도가 오늘의 사건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또 “모든 민원 책임자는 교사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선생님 개인번호가 노출되면 365일 24시간 학부모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며 “민원 대응 창구를 일원화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A교사는 지난 22일 밤 0시46분께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무실에는 “학생 측 민원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놓여져 있었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A교사는 3월초부터 5월 중순까지 개인 휴대전화로 수 십여통의 민원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는 A교사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이달 30일 오후 8시까지 운영 중이다.
최충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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