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판 아침이슬' 부른 쿠바 가수, 美 영주권 거부돼 추방 위기
트럼프 정부의 對쿠바 강경정책 지지해온 '親트럼프 인사' 쿠바계 美 정치인 대부분 '침묵'…언론 "루비오, 트럼프 정부서 변해"
트럼프 정부의 對쿠바 강경정책 지지해온 '親트럼프 인사'
쿠바계 美 정치인 대부분 '침묵'…언론 "루비오, 트럼프 정부서 변해"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쿠바 반(反)정부 시위를 상징하는 노래를 부른 쿠바 출신의 래퍼가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놓였으나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 쿠바계 주요 정치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가 된 인물은 '엘 펑키'로 알려진 엘리에서르 마르케스 두아니.
그는 2021년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노래 '조국과 생명'(Patria y Vida)을 발표했다. 쿠바 정부의 탄압을 비판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이 노래의 제목은 쿠바의 정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당시 슬로건인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Patria o Muerte)에서 차용된 것이다.
쿠바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됐던 이 노래는 같은 해 여름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 곳곳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진행됐던 반(反)정부 시위에서 비공식적인 국가가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당시 가택 연금 상태였던 그는 미국에서 열리는 '라틴 그래미상' 참석을 계기로 쿠바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당시 쿠바 정부 관계자는 그를 공항에 데려다주면서 "우리는 당신이 떠나길 원한다"라면서 "당신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하니 가서 돌아오지 말라"라고 말했다.
마르케스 두아니는 이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쿠바계 미국인과 결혼하고 음악 녹음을 하는 등 정착했다.
그는 입국 1년 뒤 영주권 신청을 허용하는 쿠바이민법(Cuban Adjustment Act)에 따라 체류 자격 전환을 신청했으나 지난달 거부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대(對)쿠바 강경정책을 지지해온 친(親)트럼프 인사인 그는 30일 이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추방되게 된다.
나아가 마르케스 두아니의 이런 사연에도, 2021년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했던 루비오 장관, 카를로스 히메네즈 및 마리오 디아스-벌라스트 연방 하원의원(이상 플로리다) 등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루비오 장관은 2023년 쿠바에서의 인터넷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는 '조국과 생명(Patria y Vida) 법안'을 발의했다. 또 마리오 디아스-벌라스트 하원의원은 의회 회의록에 '조국과 생명'(Patria y Vida)의 가사를 포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만약 쿠바 출신의 래퍼가 1년 전 같은 통지를 받았다면 루비오 장관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라면서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정부에서 일하면서 루비오 장관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불법 이민과의 전쟁'을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한 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체류 허가를 받은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주민도 추방하려고 시도하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농부들에 대해서는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위협에 놓였다면서 신속하게 난민으로 수용,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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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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